- 가해자와 같은 공간서 생활? 불가능
- 제3자서 한 순간 피해자로
- 대학 내 성 문제 만연…공론화 안됐을 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양대 성희롱 피해자(익명)
◆ 피해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달에 붙은 그 대자보와는 전혀 다른 사건인 거죠?
◆ 피해자> 네, 지난달에 붙은 대자보랑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고요.
◇ 김현정> 언제 있었던 일입니까?
◆ 피해자> 개강하고 4월 초에 있었던 일이고요. 16학번 남학생 한 명이랑 17학번 남학우,여학우가 모두 함께한 술자리에서 저급한 성희롱적인 발언이 오고 갔고 그 발언 중에 대상이 저였고요.
◇ 김현정> 실상을 알려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좀 입에 올릴 수밖에 없네요. 어떤 얘기들이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오고간 거죠?
◆ 피해자> '17학번 남학생 한 명이 16학번 남학생한테 전 여친과 B 중 누구와의 성관계가 더 좋았나, 누가 더 잘하나' 하는 질문을 했고 '16학번 남학생은 전 여친과는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B보다는 전 여친이 더 좋을 것 같다', '더 잘할 것 같다'고 대답을 했는데 여기에서 전 여친이 바로 저를 칭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그 술자리에서 또 17학번 여학생들 중에 누구랑 하고 싶나. 라는 질문이 오고 갔고, '나는 누구랑 하고 싶다'라는 대답이 또 나왔다고 해요.
◇ 김현정>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이 얘기가 그냥 공개적으로 떠들어졌다는 얘기인가요?
◆ 피해자> 그렇죠. 질문이 돌고 돌았다고 보시면 돼요.
◇ 김현정> 돌고 돌았다, 실명까지 거론돼 가면서.
◆ 피해자> 네.
◇ 김현정> 후에 이 얘기를 전해 들으신 거예요, 술자리에 있던 사람한테?
◆ 피해자> 그렇죠. 이렇게 건너건너 들었고 그 술자리에 있는 학생한테도 일부 확인을 받은 상태예요.
◇ 김현정> 참 이거… 듣고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피해자> (처음 전해듣고) 저한테 다가왔던 말은 '더 잘할 거 같다' 이런 말이었는데 그 말은 솔직히 얼마나 더 많은 외적이나 성적인 평가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잖아요, 예상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 불쾌감이 너무 컸죠.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앞으로 저랑 2년, 3년 같이할 과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 앞에서 성적으로 평가되고 비교돼 왔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수치심으로 다가왔고요.
◇ 김현정> 수치심으로 다가왔다?
◆ 피해자> 네. 그리고 그 가해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더 이상 생활을 같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겁게 처벌을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충격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충분히 드는데. 그런데 지난달에 붙었던 그 대자보, 한양대 캠퍼스에 성희롱 대자보가 한 번 더 붙었었는데 같은 학과였어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때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뒤풀이 자리에서 특정 여학생을 음식에 비유하는 그런 표현을 썼던 거죠?
◆ 피해자> 네네, 맞아요.
◇ 김현정> 그 성희롱은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피해자> 16학번 남학우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자신들의 동기를 대상으로. (앞서) 말했다시피 음식에 비유해서 성폭행을 암시하는 그런 대화들이 오고 갔고요. 그리고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성매매를 주선하겠다 하는 그런 식의 대화도 오고 갔다고 해요.
◇ 김현정> 성매매를 주선을 하겠다? 아니, 지금 이게 방송이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이게 참 어떤 건지 여러분 대충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런데 그때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피해자이긴 했나요?
◆ 피해자>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결론이 났고요.
◇ 김현정> 그래요?
◆ 피해자> 자리에 있었던 사람, 혹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참지 못해서 대자보를 붙였다라고 다들 생각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때 피해자는 결국 나서지 못하고 움츠러든 거네요?
◆ 피해자> 그렇죠. 그게 결국 그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피해자 여학우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대응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해요. 자기가 피해자라는 사실이 공개가 되면 받게 될 여러 가지 2차 피해를 우려하지 않았나 싶어요.
◆ 피해자> 아직도 가해자들은 저희 학과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죄의식 같은 것도 느끼지 않아 보이고 다른 학우들과 잘 어울려서 아직도 놀고 있고요.
◇ 김현정> 학교 측은 어떤 입장입니까? 대자보까지 붙고 공론화가 됐기 때문에 뉴스에 나왔기 때문에 학교 측도 어떤 입장을 취했을 것 같은데.
◆ 피해자> 학교 측에서는 제가 아는 바로는 양성평등센터에서 그 사건을 다루는 것 외에는 아직 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게 없다고 해요.
◇ 김현정> 양성평등센터에서 그럼 조사 중, 아직도?
◆ 피해자> 지금 징계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어요.
◇ 김현정> 1차 사건 때는 제 3자로서 이 사건을 지켜보셨을텐데, 2차 사건 같은 일이 또 자신에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 피해자> 그렇죠. 제가 어떻게 보면 (당시) 학생회 간부의 입장에서 1차 사건을 다뤄왔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루어왔었는데.
◇ 김현정> 학생회 간부셨어요, 그 과의?
◆ 피해자> 네네. (1차 사건) 일을 처리를 하는 도중에 제가 언급된 성희롱이 있었다는 걸 알고 제가 한순간에 피해자가 돼버린 거죠.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저는 그런데 이 사건 보면서 이게 아주 특별한 어떤 특정 학과에서 벌어진 특별한 사건인 건지 아니면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이런 유사한 성희롱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 부분이 궁금하더라고요?
◆ 피해자> 문제 삼아서 드러난 게 별로 없어서 그렇지 아마 대학가에 너무 만연하게 퍼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술자리에서 이성을 대상으로 한 그런 성적인 저급한 대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 가고 있고 최근에는 대학 축제에서 주점을 하는데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의 메뉴판을 내놓은 학교가.
◇ 김현정> 있었죠.
◆ 피해자> 학과 내 주점에서도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공론화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가 하면 카톡방에서도 성폭행 암시하는 대화들 오간 게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랬었잖아요, 여러 차례.
◆ 피해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것도 다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공론화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일 거다라고 보세요?
◆ 피해자> 네. 아무래도 피해자들이 앞에 나서지 못하는 점이 크기 때문에 이게 공론화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그것도 지성의 상아탑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가. 왜 그렇습니까?
◆ 피해자> 최근에 성적인 문화가 되게 빠르게 개방화가 되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피해자> 그런데 거기에 따라서 저희가 갖춰야 할 그런 성숙한 의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해요. 언제든지 어디서든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이런 성적인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지금 가해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죠.
◇ 김현정> 2차 사건, 가해자들한테 개인적으로 사과 받으셨어요?
◆ 피해자> 아니요, 개인적인 사과나 그런 변명이나 그런 연락 같은 거는 받은 게 없어요.
◇ 김현정> 그래요. 참 모르겠습니다. 가해 학생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아니, 그냥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한 말 가지고 뭐 이렇게 심각하게 문제 삼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고 답해 주고 싶으십니까?
◆ 피해자> 별 문제의식 없이 저를 어떤 하나의 술 안주거리로 삼았겠지만 저한테는 그게 너무 힘겹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다가왔어요.
◇ 김현정> 그렇죠.
◆ 피해자> 이게 어떻게 보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때는 또 느낌이 다를 수 있잖아요. 여동생이라든지 여자친구라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 조금만 더 생각을 하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텐데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넘어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고 대자보를 붙이면서 숨지 않고 앞에 맞서는 이유는 가해 학우들의 그 어리석은 행동들이 결코 옳지 못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고요. 잘못을 인정을 하고 그에 따른 마땅한 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가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공론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오늘 내신 거예요. 그것도 음성변조도 하지 않고. 괜찮으시겠습니까?
◆ 피해자> 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상관을 하지 않고 있어요.
◇ 김현정> 오늘 용기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 문제가 한양대학교 이 학과의 이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대학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학내 성희롱 문제를 대자보로 고발한 피해학생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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