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 댓글사건 조사하겠다"…"셀프개혁 안해"

"정치 관여근절 제1 목표", 테러방지법 찬성 논란일 듯

(사진=자료사진)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정원 개혁방향과 관련해 "셀프조사, 셀프개혁이 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28일 여야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전달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 같은 의지를 밝히면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혁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공을 넘겼던 박근혜 정부 때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서훈 "시스템 바꿔 정치개입 근절…개혁 자문기구 만들겠다"


서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행위 근절"을 제 1목표로 꼽으며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정비를 통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이 국정원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정치 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고, 인사로 사람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서 개혁 조치가 제도적 장치나 조직 문화 등을 통해 확고히 정착되도록 함으로써 일관성,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에 개혁 추진 기구나 특위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 후보자는 "정보기관의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외부에 국정원 개혁 추진기구를 만드는 건 비밀 유출 등의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셀프 개혁'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외부전문가 시각과 제안이 도움이 되므로 개혁을 돕는 자문기구를 만들어 객관적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개혁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국내 정치 관여의 소지가 있는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고, 국가안보만을 위한 순수 정보기관이 돼야 한다는 국민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면서도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 등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이어갔다

서 후보자는 "현실적으로 대공수사권 이관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국정원의 대공방첩기능은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수사권 운용 실태 및 통제장치를 점검,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대테러 활동의 체계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져 국민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공수사권 폐지 및 경찰 이관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서 후보자와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원 댓글사건,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개입 논란"…폭넓은 조사 시사

서 후보자는 국정원 정치 개입 논란을 일으킨 과거 사건들에 대한 폭넓은 조사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개입 논란'으로 꼽으며 "국민 신뢰를 잃게 만든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수사개입과 언론플레이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 경위 및 전후사정을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했고, 국정원 내 '우병우 라인'의 존재·블랙리스트 사건 가담 여부·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문서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전후사정과 제반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서 후보자는 두 사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북핵 문제가 대화국면에 돌입, 제반 여건이 성숙되면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현 남북관계 상황을 감안하면 개최 문제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향후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북핵해결의 물꼬를 트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추진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우선 서 후보자가 KT 스카이라이프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단기간에 2억1천만 원의 고액 자문료를 수령한 점을 놓고 적절성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또 1982년부터 1998년까지 9차례 이사한 점도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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