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학생들에 따르면 시간 강사인 A 씨는 "나는 세월호 학생들이 탈출을 해야 하는 그 순간에 다들 탈출할 생각은 안 하고 전부 카카오톡에 빠져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 4월 13일 학생들에게 "세월호 사건 때 학생은 물이 차오르는 배에서 왜 탈출하려 하지 않았는가" 등의 과제를 내주며 이같이 발언했다고 학생들은 설명했다.
과제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카카오톡을 하느라 그 공간에서 일어났어야 할 커뮤니케이션(탈출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도 탈출 시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동조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소에는 말을 안 듣는 고등학생들이 왜 그 때는 그렇게 말을 잘 들었냐"며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이어 과제 평가 방법을 설명하면서 "내 머릿 속에 이미 정답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자신의 의견에 동조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업을 들은 B 씨는 "교수님의 발언을 들으면서 거부감이 들었고 과제를 하는 내내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과제의 방향도 사실상 교수님이 정해 놓아 학점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강요 아닌 강요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제 제출날인 지난 4월 27일, C 씨 등 수강생 2명이 "세월호에서 학생들이 탈출을 못한 이유는 권위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통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말씀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자 A 씨는 수업에서 했던 말을 반복하며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후 중앙대의 한 교수가 "세월호 사건의 재판 기록에 따르면 세월호 학생들도 죽기 전에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지난 3월 강의 도중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A 씨는 "여러분처럼 아직 학문을 완성하지 못한 친구들은 신문기사 한 꼭지를 보고도 생각이 휙휙 변한다"며 "아직 학문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냉정을 잡기가 어렵고 나 정도는 돼야 이런 일을 냉정하게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C 씨는 주장했다.
C 씨는 "희생 학생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다 돌리는 듯한 발언에 마음이 불편했다.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저마다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건 그럴 수 있지만 수업시간에 교수가 자신의 특정 생각을 학생들에게 불어넣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들은 D 씨 역시 "본인이 학자로서 특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가설을 세워서 연구를 할 수는 있지만 그런 부분들이 60명이 듣는 강의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동조 효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면서 "어떤 결론을 내고 얘기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생각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학생들의 생각이 다양하기 때문에 과제 평가 기준 역시 내용이 아닌 글씨체 정도였다"며 "학생들이 여러 발언들 가운데 일부만 발취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