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소방관들의 사진 한 장이 큰 화제가 됐다.
철야 진화 작업을 한 소방관들이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장면으로, 열악한 근무 여건이 다시 논란이 됐다.
사진은 지난 19일 충북 제천시 고암동의 한 폐기물 처리 공장 화재 현장 모습이다.
저녁 8시 20분께 불이 나 폐기물 원료와 일부 시설을 태워 1억여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이튿날 오후 5시가 돼서야 완전히 꺼졌다. 약 21시간에 걸쳐 쉴 새 없이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
소방관 146명을 비롯해 200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고 물탱크차와 화학차 등 소방차 21대가 동원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장을 보자마자 철야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걸 직감했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 불이 붙어 완전 진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했다.
폐기물 더미에 화재가 나면 가장 깊은 곳까지 타들어 가는 경우가 많아 속까지 완전히 헤집고 불을 꺼야 한다. 내부 온도가 높아 굴삭기 등 중장비 동원은 기본이다. 속에 있는 폐기물을 조금씩 끄집어내면서 불을 끈다.
제천소방서는 상황 파악이 끝나자마자 비번자를 포함해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다. 주간 근무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심한 연기와 유독가스로 진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대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신속히 방화벽을 쳐서 거센 불길이 인근 산으로 번지는 걸 막아냈다.
20일 새벽 1시께 큰 불길이 잡히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일부 대원들은 먼저 귀가하고, 야간 근무조와 비번자 등이 남아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야간에는 현장 근무조가 3개 조로 편성됐다. 1개 조는 불을 끄고 2개 조는 대기조와 휴식조로 나눠 재충전한 뒤 다시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현장에는 대원들이 쉴 수 있도록 천막 2동이 설치됐고, 구조버스 한 대도 휴식공간으로 이용됐다. 대원들은 냉온수와 컵라면, 우유, 빵, 커피 등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사진 속 장면은 답답한 천막을 나와 밖에서 '쪽 휴식'을 취하던 일부 대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보온이 잘 되는 단열재를 깔고 누워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철야 진화 작업은 1년에 몇 번씩 경험하는 일"이라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부각돼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번 일로 소방관들의 근무 현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소방 인력,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 장비 보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