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이 사용한 지난해 특수활동비 규모는 8870여 억 원에 달하는데,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는 등 깜깜이 사용이 가능해 일종의 '눈먼돈', '쌈짓돈'으로 여겨졌다.
특수활동비의 개념은 정보‧수사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쓰이는 돈으로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제출도 의무화 하지 않으면서 사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국정원이 불법대선 개입 혐의를 받는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의 댓글 작업에 3000여만 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국정원의 민간인해킹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특수활동비가 사실상 민간인 사찰 등 정보활동비로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가운데 절반(4700여억 원)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당시에 야당(현 민주당)이 예산결산심사특위 내에 특수활동비 개선소위 구성을 요구하는 등 특수활동비 '대수술'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19대 국회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고, 청와대에서 특수활동비의 감축을 요구하고 나선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예산심사에서 특수활동비를 삭감 하거나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의장은 "내년도 예산을 본격 심사할 때 특수활동비를 줄이든지 업무활동추진비로 합쳐 영수증을 첨부하게 하는 등 투명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야당 시절에 개선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여당이 됐다고 뒤집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구 여당인 바른정당도 올해 예산 심사에서부터 국회와 행정부처의 특수활동비 삭감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정부부처뿐 아니라 국회의 특수활동비 감축도 주장하고 나섰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는 정부의 특수활동비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솔선수범 차원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항목을 전면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연간 약 86억 원 정도로, 일부 금액은 현금으로 지급되며 세부 항목별 예산 규모와 지출 내역은 비공개다. 여당 원내대표에는 한 달에 약 5000만 원, 야당 원내대표에는 4000만 원이 지급되며 각 상임위원장에게는 월 1000만 원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특수활동비를 삭감할 때 각 부처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삭감보다는 세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실무자는 예산심사기간이 그리 길지 않고 특수활동비 외에 다른 예산들도 함께 검토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한편으로 국회 특수활동비의 경우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