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카이스트 상대기관에 책임 미뤄
- '나는 소모품'…회의감에 우울증까지
- 비정규직 제로시대? 희망고문 아니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자로 계약 종료 통보받은 김모 씨 (익명)

◆ 김모 씨>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문자로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이게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
◆ 김모 씨> 제가 교수님으로부터 해고 통보 문자를 받은 건 2017년 2월 10일날이었어요.
◇ 김현정> 대학에서 어떤 일을 하셨어요?
◆ 김모 씨> 저는 연구단 내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했어요.
◇ 김현정> 행정업무. 얼마나 오래 일하신 거죠, 그러면?
◆ 김모 씨> 2012년 12월부터 그 해고 문자 받은 17년 2월 10일까지 대략 4년 조금 넘게 일했어요. 2년은 IBS(기초과학연구원)에서 일을 했고.
◇ 김현정> IBS라면 기초과학연구원 소속으로.
◆ 김모 씨> 그리고 2년은 카이스트에서 (4년 동안) 같은 교수님 밑에서 같은 업무를 했습니다.
◇ 김현정> 4년 동안 같은 교수님 밑에서 같은 일을 했는데 소속이 중간에 한 번 바뀐 거군요.
◆ 김모 씨> 네네.
◇ 김현정> 2년 후에 같은 일하는데 소속이 바뀔 때는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그렇게 바꿨나요?
◆ 김모 씨> 업무는 같은 거니까.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변함이 없으니까 특별히 걱정할 건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평상시와 다를 바가 전혀 없어서 이제 저로서도 특별히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그런 점이 없었어요.
◇ 김현정>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카이스트로 소속 바뀌면서는 2년 후에 내가 이렇게 계약이 종료가 자동으로 되는구나라는 걸 모르셨어요?
◆ 김모 씨> 네, 그걸 미리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게. 기초과학연구원은 비교적 상대적으로 2년이 지나고 바로 계약 종료를 시켰지만 카이스트 같은 경우는 2년 이상 근무, 그러니까 초과해서 근무하기가 좀 수월한 환경이었어요. 제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용계약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 김현정> 2년 이상 지나면 거기는 정규직으로 법에 따라서 많이 돌려줬다는 얘기인가요?
◆ 김모 씨> 아니요, 솔직히 그런 건 아니고.
◇ 김현정> 그런 건 아니고.
◆ 김모 씨> 그냥 이것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꼼수일 수 있는데 이렇게 퇴직을 했다가 다시 또 입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또 활용하는 교수님을 바꾼다든지. (카이스트) 여기는 비교적 또 나름의 그 융통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좋게 말하면?
◇ 김현정> 그것도 사실은 부당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뭔가 계속 직업을 가지고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용계약서 2년짜리에 또 도장 찍으신 거군요?
◆ 김모 씨> 그렇죠.
◆ 김모 씨> 처음에는 그냥 이제 평상시랑 다를 바 없이. 그러니까 작년 2016년 12월 17일부였던 것 같은데요. 그때가 제가 이제 2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그날도 마찬가지고 그다음 주도 마찬가지고 계속 출근을 해서 일을 하면서, 물론 담당 교수님하고는 이야기가 다 됐고. 그분께서 이제 제 인건비를 책임지고 계시니까 저는 그분 허락이 떨어지면 계속 일을 할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계약서 내용이 달라지는 게 전혀 없고 기간만 바꿔서 적어왔기 때문에 일하는 장소도 같고 하는 업무도 같으니까.
◇ 김현정> 또 며칠 지나서 쓰라고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 김모 씨> 네, 그리고 이번에도 당연히 지난 4년 동안 문제가 없었으니까 또 물론 소속을 바꾼 것도 계약 연장의 일환으로 봤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번에도 문제가 없겠다, 당연히. 그러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한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인사팀에서) 일단은 자진 퇴사를 하는데 사직서를 쓰고 나갔다가 6개월 정도 실업급여를 받고 쉬면서 지내다가 다시 입사를 하면 우리가 막지 않겠다, 이런 조건을 제시해 왔어요, 저한테.
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게 생겼는데 6개월을 그냥 수긍하고 나갈 수가 없어서 이유를 알아보다가 이유가 딱히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럼 6개월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 텀을 좀 줄여주면 어떻겠느냐 쪽으로 교수님하고 저는 인사팀을 설득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먹히지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어쨌든 계약서에 계약기간 2년 사인한 건 당사자 아니냐, 그리고 지금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에 어쨌든 계약이 종료된 거지 중간에 부당해고를 한 것도 아닌데 법적으로는 따질 부분이 없지 않느냐 혹은 본인이 어떤 업무 능력이 좀 기대에 못 미쳐서 더 이상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 김모 씨> 저 같은 경우는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 근무평가를 모두 100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요.
◇ 김현정> 근무평가.
◆ 김모 씨> 네, 같이 일하던 직원이 퇴직하고 후임을 뽑는 동안에도 공백이 길었는데 제가 그 공백도 혼자서 메웠고. 그리고 그 후임으로 뽑아놓은 직원이 이제 공석이 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연구단 저 혼자 거의 지키다시피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룹구성원들하고도 굉장히 잘 지냈고 사실 신뢰감이 두터웠다고 생각을 하는 게 그 인사팀으로부터 6개월 퇴직이랄지 이런 제안을 받았을 그 무렵에도 그리고 또 해고 문자를 받았을 그 무렵에도 정말 이제 많은 동료들이 또 애써줬어요.
그리고 또 정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분명 저는 지난 4년 동안 IBS 기초과학연구원하고 카이스트, 두 기관에서 두 기관이 시키는 업무를 그냥 충실히 계속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카이스트는 저를 IBS 업무를 시키기 위해서 뽑은 직원이라고 지금 주장을 하고 있고요. IBS 같은 경우는 그 앞서 근무한 2년 이후로는 저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 그저 카이스트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서로 상대 기관에 지금 저를 미루고 있어요.
◇ 김현정> 서로 상대기관이 책임질 사람이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뭐 이런 식으로 핑퐁공이 된 것처럼?
◆ 김모 씨> 그렇죠. 저는 진짜 4년 동안 누구를 위해서 애써 일을 했는지 진짜 회의감이 들고 굉장히 혼란스럽죠.
◇ 김현정> 보니까 카이스트의 입장은 근로계약이 종료돼서 그냥 종료된 것뿐이지 계약기간 중에 해고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 이 입장이고. IBS, 그러니까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2014년에 이미 떠난 직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더군요?
◆ 김모 씨> 네,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 김모 씨> (그 전에 인사팀에서 수신자가 꼭 저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기간제 직원 모두에게 보내는 형식적인 이메일을 받긴했지만) 계속 같이 근무했던 교수님께서 그만 나오라는 문자를 보내셨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마지막 통보 문자는 결국 교수님이 보내셨겠군요, 예.
◆ 김모 씨> 문자가 이제 '오늘부로 정리하신 걸로 알고 있겠어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어떤 분하고도 상의를 마쳤어요' 이렇게 왔어요.
◇ 김현정> 그래서 거기다가 뭐라고 답장 쓰셨어요?
◆ 김모 씨> 저는 '교수님, 저는 지금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습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렇게.
◇ 김현정> 사정하셨군요. 지금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김모 씨> 서른다섯이요.
◇ 김현정> 내 일이다, 내 직장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몸 바쳤던 직장에서 이런 문자 받으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어요?
◆ 김모 씨> 그냥 다 잃어버린 기분이었거든요.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잖아요. 30대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고 그리고 제가 이 연구단의 초창기 멤버로서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했거든요. (인력이 없어서) 야근, 또 주말근무도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초과근무수당도 저는 한 번도 신청을 한 적이 없어요.
◇ 김현정> 왜 안 하셨어요? 해도 되는 건데, 법적으로는.
◆ 김모 씨> 그게 해도 되지만 조금… 이제… 미운털 박히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저로서는. 그래서 그게 권리여도 저로서는 눈치를 보게 되고 사실 직접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그 분위기였던 적이 되게 많았어요.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 김모 씨> 그리고 제 일이니까 소명감을 갖고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해고 문자 받고 나니까 제가 딱 드는 생각이 아, 나는 그동안 소모품이었구나. 그냥 그 회의감이 확 밀려들고 제가 갑자기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우울증이 오고 평상시에 제가 그렇게 딱히 아팠던 곳이 없는데 이상하게 몸 여기저기가 갑자기 막 아파오면서 굉장히 좀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 김현정> 아이고,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이제 서른다섯에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할 계획이세요?
◆ 김모 씨> 일단 제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상태라서 복직을 하라는 판결이 나면 당연히 복직을 해서 다시 열심히 또 일을 해야죠.
◇ 김현정> 그게 만약 안 되면. 만약의 경우에?
◆ 김모 씨> 또… 알아봐야겠죠, 다른 곳을.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실은 비정규직법의 취지는 좋았는데, 지금 사실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 법 없었으면 좋았겠다, 이런 생각까지 드시는 거예요?
◆ 김모 씨> 그렇죠. 없었으면 좋았는데. 그러니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이렇게 악용되고 변질되고 이렇게 되고 보니까. 이제는 또 어떤 다른 법을 만들어도 그 법을 변질시키고 악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또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없기 위해서는 일단 같이 일을 한 동료들이나 그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그 인식부터 정말 고쳐야 (하고)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그 문재인 대통령 말씀이 정말이지 이제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형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제도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부당해고 구제 신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저희한테 꼭 좀 알려주세요. 전달하겠습니다.
◆ 김모 씨>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김모 씨>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문자 한 통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한 비정규직의 얘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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