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실장
■ 대담 :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이제 봄이 오나 보다' 얼마 전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SNS에 이런 글을 남겼는데요.
이용마 기자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다 해고됐고요. 해직 후 희소암인 복막암에 걸려 투병 중입니다. 오늘 전주에서 강연한다고 해서 저희가 먼저 모셨습니다. 그럼 이용마 MBC 해직기자 바로 만나보죠. 이용마 기자, 안녕하세요?
◆ 이용마>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민> 전주가 고향이라고 들었어요. 고향을 방문한 소감이 어떠세요.
◆ 이용마> 상당히 오랜만에 방문했는데요. 올 때마다 포근한 느낌이 들어요. 전라북도가 다른 데보다 발전이 좀 안 됐잖아요. 요즘 들어선 오히려 그게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왜냐면 환경이 다른 데에 비해서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민> 고향은 언제 떠나신 거예요?
◆ 이용마> 1987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때 서울에 가서 그쪽에서 생활을 해왔죠.
◇ 박민> 네, 그 이전에 기억들을 간직하고 계시다가 고향에 오셔서 새로운 모습을 보셨을 거 같은데요. 지금 진안에서 요양 중이라고 들었어요.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 이용마> 건강 상태는 좋았다, 나빴다가 하기 때문에요.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박민> SNS상에 가끔 올라오는 사진으로 뵈면 살이 좀 빠진 거 같아서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목소리 들어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이용마> 사진이 살이 좀 많이 빠져 보이게 나왔죠. 실제로 살도 많이 빠지긴 했는데요. 체중이 10Kg 정도 빠졌으니까요. 근데 암 환자에게 체중이 빠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고요. 아직까진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민> 자, 얼마 전 SNS에 ‘이제 봄이 오나 보다’라고 쓰셨어요. 5월의 끝자락에 이 같은 말을 남긴 의미는 뭘까요?
◆ 이용마> 이번에 촛불 혁명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 엄동설한인 곳이 많습니다. 저희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경우 사정이 같은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분들이 각 공영방송의 경영진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거든요. 이분들이 과거에 했던 행태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고요.
공영언론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금방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정부가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내년 가을쯤 지나야 공영방송이 자기 체제를 새롭게 갖춰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든지, ‘재벌저격수’로 알려진 장하성 교수나 김상조 교수가 청와대에 중용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막혔던 부분들이 이제 풀리겠구나, 이런 희망이 들어서요. 그런 소회를 좀 올렸던 겁니다.
◇ 박민>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보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을 느끼셨다는 건데요. 언론 영역은 좀 봄이 오기가 어려워 보이네요.
◆ 이용마> 이게 간접 통제를 하다 보니까요. 예를 들어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면요. MBC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임기가 지나가야 하거든요. 근데 이분들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입니다. 지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구성은 과거의 여당인 새누리당이 임명한 분들이 6명이고요.
야당이 임명한 분들이 3명이에요. 6대3 구조인데요. 설령 지금 MBC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이분들이 또 뽑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과거 박근혜 정부 인사가 또 사장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의미가 없어요. 결국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교체해야만 언론 적폐를 청산할 수 있고 공영방송이 재출발할 수 있는데요. 그분들이 바뀌기까지는 아직 1년이 넘게 남았죠.
◇ 박민> 그러면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기자들의 복직도 그만큼 늦어지는 거 아닌가요?
◆ 이용마> 복직 문제도 일단은 늦어지는 측면이 있고요. 사실은 MBC 해직기자들의 경우에 복직 문제에 대해서 우선권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희가 지금 당장 복직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 박민> 아, 지금 환경에서는?
◆ 이용마> 그렇죠. 들어가 봐야 현업에서 배제하고 이상한 데 발령을 낼 거예요. 귀양살이를 또 하게 될 텐데. 그러면 복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우리는 복직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과거 박근혜 정권하에서 국민을 배신하고 정권에 이익에만 부합하는 활동을 했던 언론 적폐를 청산하는 게 훨씬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언론 개혁 문제를 더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 박민> 언론 정상화의 첫 단추는 결국 적폐 청산. 그중에서도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거네요.
◆ 이용마> 그렇습니다.
◇ 박민> 그런데 사실은 쉽지가 않죠. 방송문화진흥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인적청산도 난망한 거 아닌가요?
◆ 이용마> 지금 현재는 그렇죠. 방법은 사실 있습니다. MBC나 KBS 구성원들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1년 넘게.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회복한다고 하면 결국은 권력에 기대는 거밖에 안 되잖아요.
◇ 박민> 내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투쟁 없는 환경. 정권에 의해서 만들어진 환경은 오래 못 간다는 말씀이시죠?
◆ 이용마> 그렇죠. 그래서 결국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의연하고 당당하게 언론의 자유를 쟁취할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쏟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민> 그래도 해직기자들의 복직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만약 MBC가 정상화되고 복직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 이용마> 저희가 2012년에 170일 파업. 무려 6개월 동안 파업을 했는데요. MBC가 파업했는지를 모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주류 언론들이 완벽하게 외면하니까 그런 현상이 발생한 거예요. 마찬가지로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에서 많은 사람이 억울해하며 죽어갔잖아요.
그런데도 주류 언론이 별로 안 다뤄주니까 사회 의제에서 배제되고요. 결국, 그 사람들은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거든요. 우리가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그런 것들을 부각하는 뉴스나 프로그램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민> 꼭 완쾌하셔서 다시 마이크 잡으시기 부탁드릴게요.
◆ 이용마> 네, 감사합니다.
◇ 박민>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