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지오 회자된 며칠간 잠도 못 자
- 함께 구두 만들던 이들도 흩어져
- 그래도 새 구두, 새 희망 꿈꾼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석영 ('구두를 만드는 풍경' 전 대표)
◆ 유석영>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그 회사에서 만들었던 문 대통령의 구두. 엊그제 올라온 사진 보니까 좀 구겨져서 색도 바래 있고 정말 열심히 문 대통령이 신었구나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언제 파신 거예요, 문 대통령한테?
◆ 유석영> 2012년 가을에 구두를 팔려고 국회에다가 판을 벌렸었어요. 그런데 그때 국회 직접 오셔가지고.
◇ 김현정> 국회에?
◆ 유석영> 네. 그때 국회 직접 오셔가지고 우리 애로사항도 들어주시고 아주 즐겁게 한 켤레 사신고 가셨었죠.
◇ 김현정> 그거를 아직까지도 신고 계신다는 걸 아셨어요?
◆ 유석영>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어요?
◇ 김현정> 잠깐만요. 이거는 안 알려진 내용인데요? 그러니까 최근에 청와대에서 누가 했습니까, 전화를?
◆ 유석영> 비서께서 하셨어요.
◇ 김현정> 비서께서? 그거 한 켤레 더 살 수 없냐고?
◆ 유석영> 네. 그리고 김 여사께서도 그 구두가 그렇게 좋다면 나도 한번 이 구두를 사 신어야 되겠다 해서 저희를 찾았던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요?
◆ 유석영> 그래서 제가 4년 전에 이 구두를 안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 다 흩어져서 조금 어렵습니다라고 답변을 한 상태였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5년이나 신고 다녔다면 이거는 일단 발이 엄청 편하고 품질이 좋았다는 뜻이잖아요.
◆ 유석영> 그렇겠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아예 폐업?
◆ 유석영>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는 게 되게 어려웠어요.
◇ 김현정> 아니, 품질 좋으면 잘 팔리는 거 아닙니까?
◆ 유석영> 사람들이 이 메이커란 자체를 인정도 안 하고요. 결국 하루에 한두 켤레 팔 때도 있었고 그런 경험이 참 많았었는데 나중에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오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사실은 전화 인터뷰라서 여러분들 모르셨겠지만, 우리 유석영 대표님도 시각장애를 가지고 계세요. 저는 뵌 적도 있는데요. 사회적인 편견과 맞부딪히는 순간이 있었죠?
◆ 유석영> 아무래도 있었습니다.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것 이런 편견이 제일 어려웠고 또 그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은 아무래도 품질이 낮고 장애 투성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사실 많았었죠.
◇ 김현정> '이 구두는 장애 투성이 구두가 아니냐?'
◆ 유석영> 네, 그랬는데 그래서 유명인들이 저희 모델이 되어주면 그럼 품질 보증이 되겠구나 해서, 가까이 지내던 유시민 작가님 그리고 성우 배한성 씨 그리고 변상욱 대선배까지 전부 모델로 출동을 시켜서 그렇게 해서 구두를 팔기 시작했던 거죠.
◇ 김현정> 우리 코너 '변상욱 기자수첩'의 변상욱 대기자도 그 구두 모델이셨죠? (웃음)
◆ 유석영> 모델이셨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렇게 했는데도 세상의 벽은 너무나 높았고… 이게 몇 년도에 만드셨어요, 신발 회사를?
◇ 김현정> 회사의 직원들은 몇 분이나 계셨어요?
◆ 유석영> 원래 청각장애인들이 여섯 분 계셨고 구두 장인이 계셨어요. 40년 동안 구두만 만드신 분이 직접 우리 청각장애인들 가르치기도 하고 제작도 하면서 그렇게 한살림을 꾸려갔던 거죠.
◇ 김현정> 청각장애 여섯 분은 구두와 원래는 전혀 인연이 없으셨던 분들?
◆ 유석영> 일자리를 만들어드리는 차원에서 오신 분들이라 날마다 배운 것을 익히면서 구두를 만들었는데요. 한 3개월 정도 지나니까 상당히 공정이 익숙해지고 그분들은 한번 눈으로 보면 상당히 빨리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눈썰미가 좋으시죠.
◆ 유석영> 그렇죠.
◇ 김현정> 손재주도 좋고. 맞아요.
◆ 유석영>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은 있었어요. 망치 소리 나고 하면 (웃음) 청각장애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저만 오히려 시끄럽다 이랬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지금 말씀 들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고 추억도 많고 또 고생한 추억도 많고 이것저것이 막… 뭐랄까요. 웃음과 눈물이 점철된 4년이었네요.
◆ 유석영> 네, 그렇습니다. 참 많이 울었고… 문을 닫고 나서 같이 울었고, 또 집에서 혼자 정말 엉엉… 어릴 때 어머니 여읠 때도 그렇게 울어봤지만 그 이상 울었던 것 같아요. 미안하고. 지금도 제가 가슴이 뭉클했는데 이번에 또 AGIO 구두가 세상에서 이렇게 회자가 되니까 저는 사실 요새 며칠 잠을 계속 못 잤습니다. 회사를 계속 갖추고 있었으면 참 좋았을 일인데 우리가 버티지 못해서, 기회가 왔었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 김현정> 눈물을 펑펑 몇날며칠 쏟으셨다고 그러셨는데 여러 가지 기억들 중에 기억나는 게 있으세요?
◆ 유석영> 식당에 사람들이 많길래 여기 가서 한번 이분들에게 구두를 설명해야겠다 했는데 어느 분이, 돈을 1000원짜리를 줬을 거예요. 그냥 이거 들고 가시라고 이렇게 한 적도 있어요.
◇ 김현정> 구걸하러 온 줄 알고?
◆ 유석영> 그랬던 것 같아요. 구두 꺼내기도 전에…
◇ 김현정> 그런 가슴 아픈 기억도. 보란듯이 잘해 보고 싶었는데 문을 닫게 됐으니 울지 않으실 수가 없었겠네요. 대통령의 구두로 알려진 AGIO 유석영 대표 만나고 있는데요. 지금 다 뿔뿔이 흩어져서 유 대표님은 무슨 일하세요?
◆ 유석영> 저는 지금 경기도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생산품들을 각 관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판매시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나머지 분들은 어디에 가서 뭐하시는지 잘 모르세요?
◆ 유석영> 막노동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때 구두를 만든 장인은 지금 연세가 드셔서 놀고 계시는데 빨리 구두공장을 재건하자고 저한테 지금 전화하고 하시죠.
◇ 김현정> 그 질문 제가 드리려고 했어요. 기왕 이렇게 유명해진 김에 다시 한 번 으쌰으쌰해서 구두공장 좀 돌려보면 안 됩니까?
◆ 유석영> 그래서 지난번에 그 일 있고 나서 서로 전화를 주고받았어요. 만나서 우리가 이야기를 해 보고 조그마한 구멍이라도 보인다면 같이 한번 해 보자까지 제가 얘기를 했어요.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 김현정> 지치지 마시고요, 대표님. 꼭 좀 만나서 한 번만 더 힘내서 으쌰으쌰 해 주시기를 좀 부탁드릴게요.
◆ 유석영> 그날을 한번 기대해 볼게요.
◇ 김현정> 제가 왜 이런 부탁을 드리냐면 AGIO라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기업의 어떻게 보면 희망 같은 사건이기 때문에 그래서도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유석영>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대통령의 구두 브랜드로 화제가 됐는데요. 알고보니 문을 닫은 사연수제화 브랜드 AGIO의 기업 구두 만드는 풍경의 유석영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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