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주연은 단연 FC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기니와 1차전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도 나란히 골을 넣었다. 하지만 둘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도 있다. 바로 스트라이커 조영욱(고려대)이다.
조영욱은 이미 20일 기니전에서 한 차례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승우가 패스하기 전 이미 골라인을 벗어난 것이 비디오판독으로 잡히면서 골을 잃었다.
23일 아르헨티나전. 골은 이승우와 백승호가 책임졌지만, 두 골 모두 조영욱에서 시작됐다. 전반 18분 이승우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첫 골은 조영욱이 아르헨티나 수비수와 경합에서 공을 따내면서 시작됐다. 또 전반 42분 백승호의 골도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조영욱은 "득점은 실패했지만, 그나마 2골에 관여해서 뿌듯하다"면서 "또 그걸로 인해 팀이 승리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승호가 마무리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은 조영욱의 진가를 보여준 장면이다. 후방에서 올라온 침투 패스에 골키퍼보다 앞서 머리를 갖다댔다. 이후 충돌과 함께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조영욱은 "골키퍼가 나오는 걸 확인했다. 머리를 갖다대면 페널티킥을 얻거나, 공이 골문 쪽으로 향하면 골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머리를 댔다"면서 "충돌할 때 명치 부분이 굉장히 아팠는데 일어나 다시 들어갈 때 팬들이 박수를 쳐줘서 힘이 났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골 욕심도 있다. 하지만 팀이 먼저다. 대학 무대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다니는 정상급 공격수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승우, 백승호의 조연이 되겠다는 조영욱이다.
조영욱은 "1차전에는 골 욕심이 많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전은 16강 진출이 걸려있었고, 잉글랜드전은 1~2위전이라 골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면서 "아쉽지만, 그래도 승호 형이 들어가면서 '이건 네가 넣은 거야'라고 말해줘 좋았다. 이 선수들을 도와서, 이 선수들이 골을 넣고 부각되면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팀이 이겨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옥의 티도 있었다. 바로 경고였다.
조영욱은 경고 이야기가 나오자 "아직 이야기는 안 들었는데 아마 감독님께 한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