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침번', '후원금영업'…학생들 "서글프다"
지난해에는 같은 대학 한 학과 홍보행사에서 저학년들끼리 짝을 지어 대학가 주변 상권에서 60-7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아온 적도 있다. 이 모두 선배들이 강제로 시킨 일들이었다.
심지어 이 학과에서는 불과 2년 전까지 한 학기에 학과 행사를 3번 이상 불참할 경우 교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내부 원성이 들끓자 지난해 들어서야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 모(22) 씨는 "선배들이 시키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단 따르긴 했는데 기대했던 대학 생활이 고작 이런 것에 불과했나하는 생각에 서글펐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학교 선배들이 학교생활과 졸업한 선배들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강제 참여를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온 관습이라는 이유로 굉장히 불합리한 상황도 많이 일어났다"면서 "불참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사망 증명서를 가지고 다닌 친구도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예술체육학부 쪽에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학 한 학생은 "1학년은 무조건 '필참'이라 주점 행사는 새내기들만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선배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 축제 때 언제 일할지 정해서 알리라'고 말했다"면서 "선배의 강압적인 지시에 많은 친구들이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행사 준비 시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매번 불거지는 저학년생들의 노동 강요 문제 때문에 학내 갈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 학생회 "자율에만 맡기면 행사진행 안 돼"
공주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강압적으로 저학년들을 동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학생들의 자율에만 맡기면 진행 자체가 안 될 수가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홍익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도 "완전 자율로 하면 학과 내 단합하자는 취지에서 열리는 행사가 아예 없어질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학생회 내부에서도 이럴 거면 행사를 왜 하냐는 푸념이 나와 주점 행사 자체를 폐지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위계에 의지해 진행하는 축제 문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선배에 의한 강요가 모든 구성원이 '즐기는' 축제의 의미 자체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규칙이 아닌 '내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이유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축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통합의 시간인데 강압적인 방식으로 동원하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축제를 시간에 쫓겨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계성을 놓치는 경향이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