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가 없다···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착시 효과'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파격의 연속이다. 신임 외교장관 강경화 후보자의 발탁도 대표적 파격 사례이다.


강 후보자는 여성으로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임명과 함께 문 대통령이 성평등 인사에 대해 얼마나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문 대통령은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 "저는 제 말에 대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 고백했는데 실감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성평등 인사를 보면서 '전율'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단지 여성을 다른 정부보다 더 중시하기 때문이 아니다. 인사에서 발탁되는 여성은 '컨텐트(전문성)'와 '스토리'를 가졌다는 점이 이전 정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성 헬기조종사 출신인 피우진 처장은 특전사 중대장으로 복무했고, 2002년부터 유방암과 싸우다 결국 이겨냈지만, 2006년 장애를 이유로 군에서 강제 퇴역당했다. 특전사, 1세대 여성 헬기조종사, 유방암 극복 등 피 처장 인생은 '커리어'와의 싸움이었다. 그 점이 큰 울림을 준다.

조현옥 인사수석도 발군이다. 조 수석은 참여정부 뿐 아니라 서울시에서도 일했다. 서울시 전현직 관료들은 "그만한 분을 보지 못했다. 정말 여성 보육문제를 다루면서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 '똑'소리가 나게 잘한다"고 극찬한다.

강 후보자 이력 또한 이들 못지 않다. 세계 최고의 외교가인 유엔에서 10년간의 활동,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 그의 전문직 커리어는 손색이 없다. 심지어 강 후보자의 영어 연설을 보고 "이제 오바마 영어가 아니라 강경화 영어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유리천장 깨기' 여성 발탁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그간 고위직 여성 발탁은 '신데렐라 탄생'이나 '이미지 관리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번엔 한사람 한사람이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면서 이 자리에 오를 자격을 갖춘 '분들'이라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 화려한 외교안보 인맥에서 '전략가 부재'라는 큰 구멍

그러나 외교안보팀 구성을 보면 강경화 '착시 현상'이 너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대사를 안보실장으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와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개별적으로 높은 식견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정의용 실장은 70세가 넘는 고령이며 과거 경제·통상 외교 전문가로 활동했다. 강경화 후보자 역시 유엔 등 다자 외교에만 주력해왔다. 문제는 한국의 '전략적 외교'를 담당해 온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석현 특보와 문정인 특보가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핵 외교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지만, 어디까지나 '조언 그룹'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두 사람을 '외교 상왕'이라고 일컫는다.

한반도는 지금 김정은 북한 정권을 비롯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으르렁 거리는 늑대와 사자들로 온통 둘러쌓여 있다. 문 대통령이 국내 이슈에 집중하려 하겠지만 북한과 미국은 그런 문 대통령을 매 순간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세스'뿐 아니라 그것을 전략적으로 운용·구사할 인적체제가 중요한 이유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협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앞으로 대화가 6자회담이 될지 아니면 다른 형식이 될지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것부터 첩첩산중일 뿐아니라 비핵화 협상 돌입 자체가 지난한 과정이다. 전략적 그림을 갖지 않고는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부터 어렵고 설사 대화의 장이 열려도 전략과 지혜,용기가 시너지를 내지 않으면 헤쳐갈 수 없는 가시밭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현란하다. 하지만 4강 외교 현장에서 '전략적 틀'을 고민하고 주도적, 창의적으로 이끌어 갈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업그레이드 된 참여정부의 '시즌2'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주변으로 한 상대는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이를 헤쳐나갈 외교안보실에서 전략가의 부재가 너무 커 보인다. 강경화 후보자의 '착시 효과'를 염려하는 이유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