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공갈 등의 혐의로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 강모(64) 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발전에서 1, 3위를 기록한 선수 2명을 출전하지 못하게 한 뒤 서류를 조작해 7, 8위 선수 2명을 뽑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국가대표 감독을 맡던 강 씨는 선수들의 보고서를 조작해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 3위 선수들에게 "너희는 군대에 갔다 왔으니 군대 가지 않은 선수들에게 양보하라"라며 지도자 점수 항목에 0점을 줘 다른 선수가 출전하도록 한 것. 총점의 30%를 차지하는 지도자 점수를 조작하자 대표선수로 7, 8위 선수들이 선발됐다.
억울하게 출전을 포기해야 했던 1, 3위 선수는 이후 국제대회에 1차례도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7, 8위였던 선수들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군면제, 연금 등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강 씨가 국가대표 감독 9년, 대한볼링협회 부회장을 7년 동안 역임하며 볼링계에서 영향력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를 '볼링계 대통령'이라 불렀다.
강 씨는 또 다음 해 제자인 국가대표 K(18) 씨를 강제로 실업팀에 입단시키고 부모에게 실업팀으로부터 받은 스카우트비 2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난 뒤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도 선수나 실업팀 감독, 선수 부모 등을 협박해 24명으로부터 8000여만 원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강 씨는 "살생부에 오르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놓으라"라거나 "다리가 잘리고 싶냐"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마련한 돈을 마카오나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