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판자촌 소년가장에서 부총리 후보로…김동연 누구?

어려운 경제형편 탓에 고졸뒤 은행취직, 주경야독으로 행시·입법고시 동시 패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 지명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고졸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김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부총리에 취임할 경우 비록 나중에 정규 대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는 했지만 고졸 출신으로 공무원 사회에 발을 들여 놓아 부총리 자리에 오르는 '고졸신화'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지명자는 1957년 생으로 충북 음성 출신이다. 그의 프로필에 나타난 학력 사항은 덕수상고-국제대학교 법학 학사-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석사·박사 등 이지만 화려한 이력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아픔이 숨겨져 있다.

11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았고 광주 대단지(지금의 경기도 성남시)로 강제 이주 당해 천막을 치고 살기도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셋을 부양해야 했다.

김 지명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탓에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들기로 마음먹고 가난한 수재들이 몰리는 덕수상고에 진학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전인 만 17세에 은행에 들어갔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은행 기숙사 쓰레기통에서 고시잡지를 발견하고 고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고, 더 늦은 밤에는 고시 공부를 했다. 그는 '주경야독' 생활 끝에 1982년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한다.


1983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으로 임용된 김 내정자는 2014년 7월 공직을 떠날때까지 31년간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민의정부 말기인 2002년에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를 했으며 참여정부 때는 세계은행 선임정책관과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산업재정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이명박 정부 5년의 밑그림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과 국정기획수석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런 공로로 이명박 정부 말기에 예산실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2차관에 기용됐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도 그의 승승장구는 계속되는 듯했다. 정부 초기에 장관급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규제개혁 업무의 실무를 총지휘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7월에 돌연 공직을 떠났는데 가정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명자가 쉼없이 일을 하는 동안 큰 아들이 백혈병에 맞서 투병생활을 했지만 2013년에 끝내 세상을 떠났다. 김 지명자는 아들 장례식 날에도 출근을 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 지명자는 바쁜 시간을 쪼개 2년간 부인과 함께 아들을 간호했지만 이 와중에 부인도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부인 간호를 등을 위해 공직을 떠나게 된다.

김 지명자는 공직을 떠난 이후에도 경제적 윤택이 보장되는 대형 로펌 등에 가지 않고 6개월여간을 쉰 뒤 2015년 2월부터 아주대 총장으로 재직해 왔다. 총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희망사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글로벌 명문대에 보내 세계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지명자에 대해 "저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자촌의 소년 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분"이라며 "누구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도 거시 경제의 통찰력을 가진 유능한 관리"라고 소개하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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