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고공행진은 '계란재벌의 횡포'…전염병 대책 비협조적

계란자조금 고의 체납에 수급조절 차질, 정부도 사실상 통제 불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 풀 꺾였지만 계란 값이 요동치고 있다. 이처럼 흔들리는 계란 시장의 원인을 두고 생산자 농가와 유통 상인들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벌화 된 국내 초대형 7%의 산란계 농장들이 전체 계란의 40%를 생산하는 공급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규모 농장들이 최근 계란가격 상승으로 떼돈을 벌고도 의무자조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정부의 AI 대책에도 미온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 계란 생산업계도 재벌은 있다…농장 양극화 심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산란계 사육농가는 1060가구에 사육마릿수는 7100만 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육마릿수 5만 마리 이하 중소형 농가가 668가구(63%)에 달했으나 이들이 키우는 산란 닭은 모두 1350만 마리로 19%에 불과했다. 가구당 평균 사육마릿수가 2만210마리 정도다.

이에 반해 사육마릿수 5만 마리 이상 대형 농가는 392가구(37%)로 국내 산란 닭의 81%인 5750만 마리를 점유했다. 가구당 평균 14만6680마리에 달한다.

이는 5만 마리를 기준으로 대형 농가의 산란 닭 사육마릿수가 중소형 농가에 비해 평균 7배가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육마릿수가 20만 마리를 넘는 초대형 농가는 80가구(7.5%)로 이들이 키우는 산란 닭이 무려 2800만 마리(39.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계란 공급시장이 일반 제조업계와 마찬가지로 상위 10% 이내 부농에 의해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자료사진)
◇ 계란 값 오르락 내리락…농식품부, 10만 마리 이상 농가 매점매석 집중 점검

실제로 지난해 11월 16일 AI가 발생하고 올해 1월 12일 계란 소비자가격이 30개 한 판에 1만원을 웃돌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3월 초에는 다시 7300원 대까지 하락했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계란이 수입돼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 생겼지만, 국내 어딘가에 보관돼 있던 계란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계란 생산자 농가 또는 대형 유통 상인들이 계란 값이 오를 것에 대비해 미리 매점매석을 했다가,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자 겁을 먹고 서둘러 시장에 방출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초 미국에서 AI가 발생해 미국산 계란 수입이 중단되자 또다시 국내산 계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이달 들어 8000원 대까지 올랐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부터 17개 시·도별로 농장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고 10만 마리 이상 대형 농장에 대해서는 판매량과 재고량 등을 매주 조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5만 마리 이하 작은 농장들은 계란을 보관할 창고시설 등이 부족하지만 기업화된 대형 농장들은 다른 곳에 창고시설을 갖춰놓고 매점매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 떼돈 벌고도 계란자조금 납부 미온적…교육, 홍보, 수급조절 차질

산란 닭 10만 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의 경우 매일 6만여개의 계란을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계란가격이 1개 당 10원만 올라도 매일 60만원씩 추가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AI 참사에서 살아남은 산란 닭 농장, 특히 초대형 농장들은 많게는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들 농장은 80주령 이상 된 늙은 닭을 도계처리하지 않고 많게는 3번 이상 환우(먹이를 주지 않거나 빛을 차단시켜 일시적으로 털이 돋아나는 현상)를 통해 계란을 생산해 최대한 소득을 높였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일부 대규모 산란계 농장들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계란자조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계란 관련 소비홍보와 정보수집, 심지어 수급조절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계란자조금은 생산자 농가가 계란 1개당 0.27원을 내야하는 일종의 강제 회비다. 하지만, 계란은 유통 특성상 정확한 물량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늙은 성계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1마리 당 80원씩 징수한다. 산란 닭 1마리가 보통 300여개의 계란을 생산한다고 환산한 값이다.

계란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계란자조금 징수 목표액은 30여억 원에 달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10억 원 정도가 체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지난 3월까지 당초 예상액의 28%만 징수됐다.

AI 발생으로 산란 닭의 36%가 살처분 됐고, 성계 도축이 늦어지면서 자조금 징수 대상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고의적인 체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산란계 농장들이 도계물량을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는데다, 고의적으로 체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계란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어떤 농장은 계란자조금 체납액이 2천만 원이 넘는다"며 "계란자조금은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제대로 징수가 안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중소형 농장은 그렇다 치고, 이번에 많은 수익을 챙기고도 자조금을 체납한 대형 농장들에 대해선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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