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사람'은 '착한 사람'인가?

[노컷 리뷰] 연극 '말 잘 듣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내 생각한다. "저게 실화라고?" 극단 신세계의 연극 '말 잘 듣는 사람들' 이야기다.

무더운 여름 하필이면 말복, 한창 바쁜 강남 유명 삼계탕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을 형사라고 밝힌다. 이어 식당에서 손님의 지갑이 사라지는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며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형사는 범인 중 한 명으로 가장 어린 여성 종업원을 지목하고, 식당 매니저를 비롯해 직원들에게 자신의 통화 지시대로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

도주 위험이 있으니 감금하고 소지품 검사를 지시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앉자 옷을 벗긴 채 팔벌려 뛰기, 심지어 성폭력까지 명령한다.

처음에는 의심하던 직원들도 형사하고 주장하는 이와 통화를 나누다보면 무언가에 홀린 듯, 명령대로 따른다.

믿기 어렵겠지만 실화가 모티브다. 배경을 한국으로 옮긴 것만 제외하면 실제 사건과 흡사하다.


2004년 미국 켄터키 주 마운트 워싱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이를 소재로 영화('Plainview', 'Compliance')와 연극('Mai Dang Lao') 등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극 '말 잘 듣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라는 조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 조언의 기저에는 사실 '통제'의 논리와 '나는 피해를 입고 싶지 않아'라는 욕망이 깔려 있다. 누군가 말을 듣지 않으면 지시하는 사람은 통제가 되지 않아 피곤해진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 믿음', 즉 순종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스스로 선택하곤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연극은 충격적이게도 실화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공연 내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해 온 상식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었다. 오히려 안 듣는 게 비상식적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일어난 비극도 사실 돌이켜 보면, "가만히 있어라"는 배의 책임자 선장의 지시를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대로 따른 것밖에 없다.

그렇다고 연극이 말을 듣지 않는 반항아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는다.

그저 비판적 사고 없이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 개인에게도 심지어 가족과 사회 공동체에게도 어떤 끔찍한 결과로도 이어지는지 우리가 보았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공연은 28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2017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이다.

문의 : 070-8118-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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