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로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마치 '공중정원'에 서 있는 것 같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도심에 매실이…" 2만4천 그루 조성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에 개장한 '서울로 7017'에 시민 5만5천여 명(오후 4시 기준)이 찾았다고 추산했다. 서울로 7017은 1970년 차도로 지어진 뒤 지난 3년여간 준비과정을 거쳐 보행로로 바뀐 서울역고가를 말한다.
개장 첫날 17개 진입로를 통해 17m 높이 고가에 오른 시민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함박웃음을 내보였다.
가족과 함께 인천에서 온 민경원(36) 씨는 "경치도 좋고 날도 시원하고 너무 좋다"면서 "아빠 회사 근처에 이렇게 멋진 길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을 사이에 두고 만리재에서 퇴계로를 동서 방향으로 잇는 왕복 2차선 도로는 이제 꽃과 나무로 가득한 공중정원이 됐다.
시민들은 곳곳에 조성된 이른바 '벤치화분' 등 2만 4천여 그루의 나무를 그늘 삼아 내리쬐는 햇볕을 피했다.
경기 파주에서 온 이명숙(59) 씨는 "도심에서 매실 열매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좋았다"면서 "미세먼지나 공해로 시민들이 힘들어하는데 여기 나무들이 그걸 막아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고가 위에는 이와 함께 분수대나 트램펄린, 족욕탕 등의 시설이 곳곳에 마련됐다. 아이들은 노인들은 잠시 쉼터에 앉아 숨을 돌렸다.
고가가 별안간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몇몇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불편은 특히 보행로가 좁다거나 승강기(엘리베이터) 설치가 미흡하다는 데 집중됐다.
부품점검 문제로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자 불편을 호소하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구에 사는 무라야마(64·일본인) 씨는 "나무가 많다 해서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왔는데 사람이 더 많아서 힘들었다"면서 "서울역 쪽에서 바로 접근하는 곳이 없어 불편했는데 아직 공사가 덜 끝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모(78) 씨는 "콘크리트로 된 바닥이 삭막하게 느껴진다. 기대했던 것에 절반도 못 미친다"고 성을 냈다.
강동구에서 온 정회진(29) 씨는 "사회가 융화되는 모습이 상상됐고 직접 보니 특별히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에서 온 배희수(47) 씨는 "흉측해보일 뿐 아니라 가까이선 냄새도 난다"며 혀를 찼다.
한편 오후 8시부터 고가 서쪽 만리동광장에서는 시민합창단 등이 참여하는 축하공연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어 1000여 개 조명 점등식이 열려 어두운 밤을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