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은 을사오적의 강요와 일본의 방해 속에서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하고자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밀사를 파견한다. 고종의 명을 받든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을 만나 길을 떠난다.
그는 헤이그 통역으로 시작해 연해주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군사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싸우지만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위종이 이상설·이준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재는 참신하고, 올해가 이위종 탄생 130주년이라는 점에서 재조명할 시기로 적절하다.
반면, 이위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내 엘리자베타를 만나고,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는 내용이 비중을 크게 차지한다는 점은 극이 전해야 할 메시지를 분산시킨다. 게다가 짧게 등장하는 안중근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공연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지닌 이위종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안중근과 이상설의 새조선론에 대한 갈등할 때도, 독립군 사이에서 전술을 놓고 갈등할 때도 중재하려는 이위종의 모습은 픽션이겠지만 인상적이다.
특히 "어둠이 있어 저 별이 밝게 빛난다"는 이위종의 대사는 나라를 빼앗긴 조선 청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 없이 꿈 꾸는 모습을 대비하며 보여주어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