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여혐' 가사 나와도 노래만 '좋으면' 괜찮은 걸까
<계속>
18일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1강 '힙합 편'을 맡은 대중음악평론가 블럭은 사람들이 힙합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힙합은 저항음악인가, 파티음악인가. 힙합 문화 자체가 여성혐오적인 요소를 원래부터 갖고 있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왜 국힙(국내 힙합) 가사에서는 여성혐오뿐 아니라 가난, 효도라는 주제가 빠지지 않는가 등등.
그는 힙합은 저항음악'만'도 아니고 '파티음악'만'도 아니며, 여성혐오적인 가사가 분명히 있으나 거기서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또, 마니아들이 즐겼던 힙합을 보다 대중화하는 데 기여한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왜 늘 논란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엠넷은 매번 자극적인 편집과 조작 논란을 거치면서도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까지 순차적으로 성공시킨 바 있다.
블럭은 "힙합은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이때 '이 지경이 된' 가사를 가장 좋아하는 매체가 엠넷이었던 것"이라며 "효도, 가난, 구구절절 사연, 환골탈태, 밑바닥으로부터의 성공서사와 엠넷 프로그램들 간의 궁합이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래퍼들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약자를 때리는 것이었다"며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솔직함과 사회에서 통용되는 솔직함은 달랐고, 그래서 (그런 가사들은) 보고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래퍼들은)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어떤 말을 했을 경우에는 거기에 대한 지적이나 반성을 촉구하는 반응을 듣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만 외치고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태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여성혐오'나 '약자 공격'의 흐름은 힙합뿐 아니라 아이돌 음악, 인디씬에서도 발견되는 부분이라며, 더 많은 성찰과 지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럭은 "저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되, 그것을 '잘'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내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와중에 멋을 가지는 게 '힙합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아무 말을 뱉으며 '나 멋있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밝혔다.
'가사가 문제 있다고 해도 노래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 대해서는 "가사도 그 작품의 일부다. 가사도 노래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그 요소로 인한 비판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