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기를 제외하고 개헌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청와대와 여당, 야당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른 구상을 하고 있어 말그대로 '동상이몽'의 상황이다. 개헌 논의가 진행될수록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어 국회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문 대통령, '국민 참여'의 대명제 강조하면서 국회에 합의 공 넘겨
우선 문 대통령은 개헌에 국민적 요구를 담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부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국민참여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해 국민들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개헌의 주요 방향으로는 △5·18 광주민주항쟁 및 촛불혁명 등 민주화운동 내용 전문 포함 △노동권·기본권 및 언론·기업의 책임 강화 △4년중임제 전환·결선투표제 도입·선거제도 개편 △자치 입법 및 재정 강화 등 지방분권 개헌 △3권 분립 강화 및 사법부 민주성 확대 등을 내놨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5·18 정신을 헌법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관심이 있는 권력구조 개편보다는 민주화 정신 포함 등 기본권 재정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이미 설치된 개헌특위를 정부에 또다시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권한대행의 지적에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 정부 내에 개헌특위를 따로 두려고 한 것인데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정부 내에 둘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문 대통령은 국민 참여의 대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국회 개헌 논의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거리를 두면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 與 청와대와 보조,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은 입장 제각각
여야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은 의원들별로 개헌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상당수 의원들이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이슈가 맞춰져 새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을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개헌파 의원들이 많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의원들이 알고 있다"며 복합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면서 권력구조 개편에 함몰되기 보다는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슈를 끌어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5·18 정신 반영 등 민감한 이슈는 최대한 배제하고 권력구조 개편 쪽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우택 대행은 "지난 3월 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대선 전 분권형 개헌에 합의했었다"고 상기하며 "이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개헌 관련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도 자유한국당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동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개헌으로 다수당, 소수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해 분권형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바른정당은 내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지난 3월 정당간 합의때만 해도 분권형 개헌에 방점이 찍혀있었지만 대선을 거치면서 유승민 의원의 세력이 커져 4년 중임제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의당은 기본권을 대폭 강화하고 개헌의 전단계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각 정당 모두 개헌의 각론에서는 다른 구상을 하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오는 6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현재의 국회 개헌특위를 연장할지, 새로 구성할지 여부를 두고 줄다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