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쇼부터 제돌이 야생방사까지

남종영 기자의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의 저자인 한겨레신문 남종영 기자는 2011년 7월 불법포획된 돌고래들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에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국내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제돌이 야생방사와 그 이후까지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제돌이 야생방사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오랜 시간 수족관에 길들여진 돌고래가 과연 야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특히 야생에서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수족관에서 냉동생선만 공급받던 돌고래들이 과연 활어 사냥을 잘 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제돌이를 비롯해 야생방사를 기다린 돌고래들은 이런 인간들의 걱정을 비웃듯 활어를 금방 잡아먹기 시작했다. 제돌이와 함께 방사를 준비 중이던 삼팔이는 가두리 망을 뚫고 스스로 탈출하기까지 했다. 제돌이는 야생방사 당일 기념식을 준비한 사람들이 머쓱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내키는 때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다로 나갔다.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하고 인사하며 지구를 떠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돌고래들처럼 말이다.

돌고래를 잡아오고, 그들을 수족관에 맞게 또 쇼에 맞게 길들이고, 다시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다른 생명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지금도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와 공존하고 있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녀와 돌고래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과거 가져왔던, 그리고 앞으로 꿈꿔야 할 오래된 미래다. 지금도 제주 연안에서 돌고래가 헤엄을 치고 있다. 해녀는 ‘물알로, 물알로’(‘물 아래로’라는 뜻의 제주 방언)를 외치며 돌고래에게 길을 내준다. 나는 돌고래가 이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 모빌처럼 흔들리는 해녀의 발밑을 돌고래는 무심한 듯 통과하고, 해녀는 물 위에서 참았던 숨을 몰아 쉰다. 충돌 직전의 전장에 평화가 찾아온다. 우리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이윤의 수단으로 삼는 데서가 아니라 서로 갈 길을 가도록 무심하게 놔두는 것 말이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잘 사는 방법이다.”(388쪽)


총 4부로 이 책은 대한민국 돌고래쇼의 역사에서부터 돌고래 불법포획의 문제, 돌고래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 동물복지와 생명정치의 문제, 제돌이시민위의 출범과 야생방사, 그리고 방사된 돌고래의 최근 모습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히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돌고래와 동물복지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1부 ‘물 아래로부터의 역사’에서는 제주 앞바다의 돌고래에 대해 무지하던 시절의 이야기(제주에 사는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라는 특별한 종인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큰돌고래’라고 생각했다)와 1984년 서울대공원 개장 때부터 최근까지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쇼였던 돌고래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2부 ‘남방큰돌고래는 돌고 돌고 돈다’는 저자가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대표,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를 비롯하여 돌고래 야생방사에 앞장 선 이들과 함께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취재를 해가며 ‘제돌이의 운명’이라는 기사를 쓸 때까지의 이야기다. 불법포획 문제에서부터 야생방사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다루며, <프리 윌리>라는 영화로도 유명한 돌고래 케이코의 야생방사 이야기도 전한다.

3부 ‘생명정치와 돌고래의 저항’은 제돌이시민위의 구성에서부터 불법포획 돌고래에 대한 대법원의 몰수 결정까지를 다룬다. 특히 10장 ‘야생의 몸에서 수족관의 몸으로’에서는 야생에서 포획된 돌고래들이 ‘먹이 지배’와 ‘긍정적 강화’를 통해 ‘야생의 몸’에서 ‘수족관의 몸’으로, 그리고 다시 ‘돌고래쇼의 몸’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11장 ‘자유, 저항, 공존’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동물들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관리해 이용하는지를 전하는데, ‘생명정치’와 ‘동물복지’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부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않고 돌고래는 떠났다’는 제돌이 야생방사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돌고래 야생방사를 기념하여 인간들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지만, 돌고래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와 해방을 위한 자신만의 길을 떠났다. 이후의 관찰을 위해 돌고래 몸에 GPS도 달았지만, 이 역시 금세 무용지물이 되었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지나고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 등은 태산이와 복순이의 야생방사도 추진해 성공한다. 2016년 4월에는 삼팔이와 춘삼이의 출산 소식도 이어졌다.

남종영 지음 | 한겨레출판사 | 42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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