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행은 이날 오찬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스스로의 말에 많은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6월 개헌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대행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개헌안 마련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합의를 얻어 나간다면 구태여 정부에서 개헌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여론수렴 과정이 미진한 게 아닌가 하고, 국회와 국민의 개혁 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래서 국회가 그 역할을 다 한다면 존중해 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을 뺀 야 3당이 마련한 '분권형 개헌안'에 대해 여론 수렴과정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자리에 동석한 임종석 비서실장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개헌과 같이 논의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에 대해서는 (국회가) 크게 이의없이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이런 부분은 먼저 잘 만들어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정 대행은 전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와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정 대행은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미국,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순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 안보 문제와 관련해 야당과의 정보 공유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국정원·방송 개혁을 위한 법 개정에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특히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내 정치 정보 수집 기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하지 않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정 대행이 밝혔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은 설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 당이 2020년이나 2022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리는 공약을 걸었기 때문에 추진하지만,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보완책도 국회에서 같이 논의돼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행은 이 같은 문제들을 여야 협치로 풀기 위한 '여야정 상설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며 이날 오찬에 대해 "현재 대통령이 하는 소통의 정치는 국민에게서 많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현안 과제가 논의되는 소통의 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