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인사 관련 브리핑이 있을 것이란 청와대의 예고에 기자들은 이창재 법무부 차관(장관 권한대행)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임 인사 정도로 짐작했다.
법무부 장·차관과 검찰국장,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수뇌부가 공석이거나 감찰 대상이어서, 일단 후임 차관을 세움으로써 조직의 안정성을 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준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실에 들어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서울중앙지검장 및 검찰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힐 때만 하더라도 이런 전망에 별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윤영찬 수석이 "검찰 승진인사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렬 검사를 임명했다"는 말이 나오자 브리핑실에 있던 60여명의 기자들은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 임종석 비서실장 등의 인사 발표 이후, 청와대는 여러차례 수석비서관 인사 등을 발표했지만 기자들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검찰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이 갖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윤영찬 수석의 인사 발표 이후 기자들은 "검찰 개혁이 인적 개혁이냐 시스템 개혁이냐", "전임자들은 다 사표 수리가 된거냐", "(돈봉투 파문의 당사자인) 이영렬 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감찰이 수사로 전환됐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일반 검사장급으로 하향조정한 배경이 뭐냐" 같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한직을 맴돈 그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민정수석실 산하에 반부패비서관 자리를 신설하고, 지난 정권에서 '국정권 댓글' 수사로 좌천된 박형철 전 검사를 임명한 것과의 관련성도 부각됐다.
윤 신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와 대검 중수2과장, 중수1과장 등 특수통의 주요 보직을 잇따라 거쳤지만,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나 좌천됐다.
평검사 신분으로 대구 고검 등 지방을 전전한 윤 신임 검사장은 그러나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복귀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검찰조직의 특성상 서울중앙지검장 발탁은 예상하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