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 짧은 기간 후보 시절 약속한 민생 공약을 먼저 챙겼고, 진정한 민주정부 3기 출범을 위한 개혁에도 적극 나섰다.
국민들과 직접 살을 맞대는 친근한 소통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북핵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 '릴레이 통화'로 중단됐던 정상채널을 재가동한 데 이어, 청와대 비서진을 빠르게 인선하며 안정을 꾀했다.
◇ '구중궁궐' 벗어나 국민과 적극 소통
청와대로 출근하면서는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에서 내려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방송사 카메라에 여과없이 잡히기도 했다. 환호하는 국민들과 스스럼 없이 '셀카'를 찍고 격의없이 두 손을 덥석 잡기도 했다.
주영훈 신임 경호실장에게는 "경호를 약하게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 동시에 환호했다.
청와대 울타리 안에 틀어박혀 무슨 집무를 보는지 몰랐던 국민들, 대통령 정책 결정 과정과 외부 동선(動線)은 무조건 '특급 보안'이라 여겼던 유권자들은 문 대통령의 낮은 행보에 감동했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잃어버린 7시간'의 악몽은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국민 소통으로 치유됐다. 지난 14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안보태세를 점검한 사실도 분 단위로 국민들에게 공개했고, 청와대는 "안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국민의 알 권리"라고 밝혔다.
15일에는 긴급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고, 서울 양천구에 있는 은정초등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관련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학교 앞에서는 대통령을 처음 본 초등학생이 싸인을 해달라고 책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는 것을 무릎을 꿇고 함께 기다려주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 18일에는 청와대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을 차창으로 건너다보고 예정에도 없이 차량에서 내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등 낮은 행보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고생하는 기술직 직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안하자 한 직원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1시간 가까이 믿지 않았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전해진다.
청와대 수석들과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 자신의 재킷을 벗겨주려는 경호원에게 "이런 건 제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모습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위적인 소통 행보와 대비되며 새 정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 일자리위원회·미세먼지·검찰 '빅2' 감찰…개혁은 신속하게
취임 첫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을 내정하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인선하면서 정권인수위가 없는 불안한 출발이라는 우려도 불식시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5개 정당 지도부를 취임 첫날 직접 찾아 협치를 요청하는 등 정치적 안정성도 꾀했다.
후보 시절 내내 강조했던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내리고,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민생행보도 이어갔다.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 교수를 이례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하며 검찰 개혁의 의지를 다졌고, 전 정부 차원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방해와 '최순실 국정농단'의 시초였던 '정윤회 문건유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재조사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했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은 수사 종료 후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나 의심스런 전화통화를 한 안 국장과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전격 임명하고, 여성 첫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앉히는 등 파격 인선도 과감하게 선보였다.
5·18 광주민주화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세월호 참사로 숨졌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김초원, 이지혜 교사에 대한 순직처리를 지시하는 등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국민들 눈높이로 내려와 개혁과제를 실행에 옮기려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단 열흘이지만 국민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