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선사 측이 사실상 수색 중단을 통보하면서 거리로 내몰린 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정한 법관을 꿈꾸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포기하고 뱃사람의 길을 택했던 막냇동생.
허재용(33·2등항해사) 씨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에 영국에 살던 작은누나 예원(37) 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부리나케 국내로 들어왔다.
한 달 이상을 상황실이나 거리에서 보내면서 팔다리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으나 함께 온 딸이 "삼촌 꼭 찾아야 한다"라고 할 때마다 어금니 꽉 물고 일어서고 있다.
예원 씨는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재용이는 누나만 셋을 둔 동생인데도 집에서 가장 역할을 했다"며 "돈 벌기 위해 나갔다가 이런 큰일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둘째누나 경주 씨는 "동생이 다른 배에서 일할 때 침수를 발견해 대형 사고를 막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당시 다른 선원이 저를 보고 '재용이가 제 은인입니다'라고 할 정도였는데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한마디 안 하던 의젓한 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좋아하는 배도 타고 공부도 할 수 있어 좋다"며 손을 흔들고 떠나던 윤동영(26·3등항해사) 씨 부모도 속 타기는 마찬가지다.
윤 씨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한진해운에 장학생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으로 이직해 사고를 겪게 됐다.
이후에는 '선박전문가'가 되겠다며 영국 유학과 한국해양안전심판원 취업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윤 씨 아버지 종률(52) 씨는 승선을 끝까지 말렸어야 했다며 탄식했다. 그는 "우리 애는 지금까지 인상을 찌푸리는 일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애"라고 밝혔다.
어머니 김잠조(52) 씨는 "'네 쉬엄쉬엄할게요. 걱정 마세요'라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오열한 뒤 "어쩌나"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가 지난달 1일 사고 직후 "동영아 별일 없지 연락 좀 해줘"라고 보낸 메시지는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아 여전히 '1'이라고 적힌 표시가 남아있다.
◇ 거리로 내몰려…"수색 재개해달라"
실종자 가족들은 이른바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뒤 사실상 수색종료를 선언한 선사와 뒷짐만 진 정부에 수색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 초계기에서 찍힌 사진과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에 가족들이 버티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수색 상황실의 돌연 폐쇄 이후 이들은 3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거리로 내몰려 청와대 근처에서 장기농성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