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은 "산 자여 따르라" 했건만 우리들은 '님'들의 숭고한 정신을 망각한 채 광주의 아픔을 부채로 떠안고 살고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5·18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도 9년 만에 제창 형식으로 부활돼 울려 퍼졌다.
정권교체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음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보수 정권이었던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만 얼굴을비쳤을 뿐 임기 내내 5·18을 외면했다.
1만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5·18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현대사의 비극'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운 광주시민들의 항쟁'이라고.
그러면서 이내 5·18과 세월호를 연결시켰다.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나붙었던 펼침막의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인 5·18의 엄마가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4·16의 엄마에게 보낸 절절한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 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라며,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식의 슬로건이 '5·18 정신의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과 촛불혁명, 상식과 정의, 민주주의를 역설하며 기념식을 기념식답게 만들었다.
다짐과 약속, 요청과 제안도 빠트리지 않았고 공감과 소통의 모습도 보였다.
발포의 진상과 책임 규명, 역사 왜곡 금지, 5·18 정신의 헌법 명문화를 약속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촛불혁명으로 부활한 광주 정신의 계승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5월 18일이 자신의 생일이나 아버지의 기일(忌日)이라는 김소형씨의 편지 낭독에 눈물을 흘리고서는 연단 위로 올라가 그녀를 끌어안고 다독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5월 광주정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님'은 더 이상 북한도 김일성도 아니다. '님'은 동지고 새 날이며 민주주의다. 한낱 보수의 증오나 종북(從北) 프레임으로 상식과 정의를 옥죄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거짓과 불의의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세월호도 뭍으로 올라왔고 이제 모든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에 안기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반드시 철저하게 규명돼야 할 일이다.
5·18과 세월호와 같은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또 다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
진정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야말로 촛불이 문재인 정부에게 맡긴 시대적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