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0년' 주희정을 지탱한 할머니, 그리고 가족

주희정과 아들 지우 군. (사진=KBL 제공)
주희정(40)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손자의 꿈을 응원했다. 특급 유망주가 아니었던 주희정이 이를 악물었던 힘도,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에 뛰어든 이유도 할머니였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의지로 힘든 순간을 이겨냈다.


2002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주희정은 늘 할머니와 함께 뛰었다. 경기 전 늘 할머니에게 "오늘도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주희정은 프로에서만 20시즌을 뛴 뒤 은퇴를 선언했다.

KBL 최고의 가드로 성장한 최고의 손자였지만, 늘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었다.

주희정은 18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말 어렵고, 아프신 가운데 손자 하나 잘 키우기 위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효도다운 효도를 못해드린 것 같아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면서 "할머니를 늘 생각한다. 매 경기 마음 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빌었다. 잘 해드린 게 없는데 마음 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빈 것 자체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늘 보고 싶다. 이제는 할머니 얼굴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보고 싶고, 매 경기 기도를 했다"면서 "전생이 있다면 나중에도도 내가 못다한 것을 해드리고 싶다. 나중에 할머니 곁으로 같다면 그 때 정말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희정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 결혼식을 올렸다. 3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 됐다. 가족들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주희정의 버팀목이 됐다.

주희정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사실 주희정은 2016-2017시즌정규리그 종료 후 첫째와 둘째에게 약속을 했다. 아이들은 "1년 만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안 되겠다"고 물었고, 주희정은 "꼭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눈물이었다.

주희정은 "정규리그가 끝난 다음에 약속을 한 게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장 가슴이 아프다"면서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안 되겠댜고 물어서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제 주희정은 잠시 평범한 가장으로, 또 아빠로 돌아간다. 본격적인 지도자 준비 전까지 주희정의 역할이다. 아내도 "수고했다. 오빠는 조금 쉬어도 될 사람"이라고 어깨를 다독였다.

주희정은 "당장 변하는 것은 없다. 시즌 종료 후처럼 아이들 학교를 데려다는 평범한 가장, 아빠처럼 지낼 것 같다. 놀이터도 가고, 놀러다니면서 지낼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아빠는 똑같다. 한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로 어깨가 무겁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쉬면서 앞으로 미래를 설계하겠다. 지도자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아이들과 원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희정의 아들 지우(7) 군의 꿈도 농구 선수다. 지우 군은 KBL이 끝난 뒤 NBA를 보면서 농구 선수 꿈을 키우고 있다. 주희정은 극구 반대하고 있지만, 진로를 결정한다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주희정은 "아들이 상당히 농구를 좋아한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같이 재미있게 농구를 하고 싶다"면서 "농구 선수가 꿈이라고 늘 이야기하고, 조르고 있다. 나는 반대하지만, 5학년 때도 꿈이 변하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게 키워주겠다. 아빠보다 훌륭한 선수, 또 NBA라는 큰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지우 군은 마이크를 넘겨 받은 뒤 "제 꿈은 농구선수입니다. NBA에서 농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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