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17 KEB하나은행 FA컵 5라운드(16강)에서 전, 후반 90분과 30분의 연장까지 0-0 무승부에 그친 뒤 승부차기에서 무려 9명의 키커가 나선 끝에 8-7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부산이지만 앞선 3년 연속 FA컵 결승에 진출했던 서울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열세가 유력했다. 더욱이 경기장도 서울의 홈이었다는 점에서 부산은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조진호 감독은 90분 안에 경기를 끝낸다는 각오였다. 승리할 경우 KTX를 타고 이동한다는 확실한 ‘당근’도 경기 전 선수들에게 제시했다. 21일 서울 이랜드와 K리그 챌린지 13라운드 홈 경기가 있어 선수들의 체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조진호 감독의 계획대로라면 90분 만에 승리를 확정했을 경우 선수들은 밤 10시30분에 KTX를 타고 부산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연장에 접어들며 부산 관계자는 급히 KTX를 취소했다. 자칫 이기더라도 버스를 타고 5, 6시간을 걸려 부산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리의 보상은 달콤했다. 부산은 120분의 혈투를 소화한 선수단이 4일 뒤 다시 경기를 하는 만큼 파격적으로 서울에서 하루를 더 자고 18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오후에는 회복 훈련을 소화해야 하지만 선수들은 푹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최상의 결과였다.
서울에서 하루를 더 묵고 비행기로 부산에 복귀한다는 소식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승리의 기쁨보다 더 환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