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17 KEB하나은행 FA컵 5라운드(16강)을 앞둔 부산 아이파크의 조진호 감독은 90분 안에 승부를 끝내겠다는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부산은 올 시즌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에서 12라운드까지 7승3무2패(승점24)를 기록하며 선두 경남(승점3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 부천(승점20)과 격차도 4점이나 벌려놓은 만큼 시즌 초반 안정적으로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확실한 상승세를 탄 부산의 FA컵 5라운드 상대는 K리그 클래식의 강호이자 앞선 3년 연속 FA컵 결승에 올랐던 FC서울. 비록 올 시즌 서울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초반 중위권에 그치며 주춤한 상황이지만 분명 까다로운 상대는 분명했다.
하지만 조진호 감독은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의 ‘창’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축구는 결정력 싸움”이라고 정의한 조진호 감독은 “그런 면에서 서울은 분명 작년보다 올해는 떨어진다. 아드리아노 같은 확실한 골게터가 없다. 데얀도 이제는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의 고민도 골이다. 시즌 초반 7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부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이 직전 경기인 아산 경찰청과 12라운드에서 발목을 다쳐 약 한 달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과 FA컵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조진호 감독은 “이정협의 부상이 아쉽다. 7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크게 얻었는데 (이)정협이가 빠지면서 무게중심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면서 “루키안은 다 좋은데 골을 못 넣고 있다. 공격수는 득점을 해야 힘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쉽지 않은 싸움을 예상했다.
부산이 서울과 경기에 90분 이내에 승부를 내겠다는 분명한 각오를 밝힌 이유는 분명했다. 승리할 경우 8강 상대는 대전 시티즌-전남 드래곤즈의 승자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열세가 아닌 만큼 더 높은 목표를 세워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조진호 감독은 “(90분 안에) 이기면 10시 30분에 예매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다. 지면 버스를 타고 5, 6시간을 걸려 부산까지 가야 한다.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분명한 출사표를 던졌다.
승리를 향한 두 팀의 분명한 의지에도 이날 경기는 전, 후반 90분 동안 지루한 흐름이 이어졌고, 결국 연장까지 치렀다. 하지만 연장에서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날의 승부는 120분의 침묵 끝에 승부차기에서야 갈렸다. 최후의 승자는 부산이다. 무려 9명의 키커가 나선 끝에 8-7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경기 전 만난 황선홍 서울 감독은 승부차기까지 연습하고 나왔다고 승리에 분명한 의지를 선보였지만 9번째 키커 윤일록의 실축으로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