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외교안보팀 코드는 "팀워크와 이념논쟁 아웃"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1주일 지나고 있지만 외교·안보와 경제분야를 다룰 청와대 외교안보팀과 정책실 인선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말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당장 현안문제들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만큼 두 분야에 대한 고위직 인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교안보팀과 정책실 인선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 수석과 내각의 장관들을 '패키지 형태'로 한꺼번에 인사검증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팀과 경제팀의 고위직 인선을 한 명씩 하는 것이 아니고 청와대는 물론 내각까지 염두해 둔 '패키지 인선'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새정부에선 외교안보팀과 정책실팀의 고위직만 10여자리에 이른다. 외교안보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국방·안보 분야를 담당할 1차장과 외교·통일분야를 지휘할 2차장 등 고위직이 3명이며 내각까지 포함하면 외교, 통일, 국방장관 등 6명에 이른다.

경제파트도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의 정책실장과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경제보좌관을 비롯해 내각의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금융위원장까지 포함하면 고위직이 7-8자리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이 관계자는 "두 파트의 인선은 청와대 수석급들을 먼저 발표하고 내각은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의 제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 외교안보팀의 제 1코드는 "자주파, 동맹파 노선투쟁 절대 반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팀워크'를 중시하고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0년 전 참여정부 인사시스템 장점은 승계하되 당시 '동맹파-자주파' 등 불필요한 논쟁으로 외교안보팀이 홍역을 앓았던 부작용은 철저히 배격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때 외교안보팀에서 NSC시스템을 의욕적으로 도입했지만 당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다른 외교안보팀과 협력을 하지 못하고 따로 놀았고
결국 출범 불과 1년도 안돼 이념 논쟁에 휩싸이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정부는 결코 그러한 전철을 되밟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 첫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청와대 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임명하는 등 '국내 대북 대화파'를 중심으로 외교안보라인을 구성했다.


그러나 당시 북핵문제와 6자회담,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터지면서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에서는 '자주 외교'냐 '미국과의 협상 중시냐'를 놓고 불협화음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언론은 참여정부 외교안보팀이 '자주파, 동맹파로 나눠져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를 양산하고 이로 인해 참여정부 외교 노선은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스텝이 꼬이고 좌표를 잃고 말았다.

대미노선을 놓고 벌어진 이념 투쟁으로 윤영관 당시 외교부 장관은 채 1년이 안돼 전격 경질됐다. 그는 이임사에서 "한미동맹의 유용성을 거듭 강조하며 외교부 직원들의 의견이 99% 옳았다"는 등 청와대와 NSC를 겨냥해 생채기를 냈다.

특히 참여정부는 무익한 이념 논쟁으로 아무 실익도 얻지 못했고, 그간 대미 외교에 가장 오랫동안 관여한 보수 관료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외교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도리어 외교 목표를 축소, 수정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가 외교안보팀에서 제 1코드로 '팀워크'로 정한 것은 참여정부때를 반면교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넘치고 흐르는 인재풀, 야당과의 협치도 변수"

현재 외교안보팀과 정책실 고위직 후보들의 인물 풀은 차고 넘치는 것으로 알져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대상에 오른 외교안보팀의 인재 풀만 20여명이 훨씬 넘는다"며 "일단 검증을 거치면 서로 조합이 가능한 구조를 살펴본 뒤 대통령이 일괄적으로 관련 고위직을 임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위원 재청권과 관련 "다수의 헌법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가 제청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전했다. 이에따라 지명은 대통령이 하고 제청은 유 부총리가 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와 정책실 분야 고위직 임명과정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다른 야당과의 협력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와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력을 위해 야당 출신 인사를 전격적으로 내각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져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도 통일부 장관으로 여기저기서 추천이 있고,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도 당에서 여러 아이디어로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도 추천 권한이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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