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씨티은행장은 16일 사내 메일을 통해 "노조가 임단협 결렬로 투쟁을 선언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연내 무기계약직인 일반사무 및 전담 텔러 직원 30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년 연장으로 사문화된 준정년 특별퇴직금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TF팀을 가동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 행장의 전격 발표를 두고 주변의 해석은 엇갈린다.
두 사안은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이날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간 노조를 달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노조와의 협상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을 전격 발표한 것은 정부의 눈치 보기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국정의 주요 과제로 제시하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생색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정규직 전환 결정은 민간 기업 중 처음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최대 현안인 점포수 축소 문제는 제쳐 두고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정규직 전환을 노조의 준법투쟁에 대한 물 타기로 해석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무기계약직인 창구 담당 직원 3천여명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맞춰 가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