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진중권은 "지금 자유한국당이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 전에 보수가 위기에 처하면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지난 2004년 차떼기 후폭풍에) 천막당사로 갔고, MB정부가 실정으로 인기가 떨어졌을 때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했다. 심지어 당 색깔도, '빨갱이' 소리 들을까봐 함부로 못 쓰는 빨간색으로 바꿀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개혁 자체를 안한다. 그나마 인명진 호가 무늬만 개혁을 했는데, 그 무늬마저도 지워 버렸다. 홍준표 후보가 (친박계 의원) 셋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나. 지금 자유한국당은 개혁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1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 만찬 중 "어차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과의 대립이 더 극심해질 것이다. 자기들(더불어민주당) 마음대로 절대 안 놔둔다. 내가 싸움에는 천재"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12일 미국 출국 전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가 친북 좌파의 나라가 되도록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진중권은 "지금 던지는 메시지도 (문재인 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한다"며 "이 네이밍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여기에 누가 동의하냐는 것이다. 동의할 사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전여옥은 "(제 19대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보수로서는 정말 참담한 성적표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매우 뜻깊게 봐야 할 것은 50대의 과감한 결단이다. 사실 50대는 매우 보수적이고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거의 60~65% 지지했는데, 이번에 문재인 후보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러기는 참 힘들다. 문재인 후보가 약 37%, 홍준표 후보가 약 27%를 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것이다. 이제 50대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 역시 "지금 보수가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이, 거시적인 변동을 읽어야 한다"며 "옛날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세대가 40대였다면, 지금은 그것이 50대로 옮겨갔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60대가 된다"고 분석했다.
"사회라는 것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넘어가게 되지 않나. 외국에서는 이 기간이 굉장히 긴데, 우린 압축 성장을 하다보니까 한 지붕 아래 3세대가 다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농경사회다. 의식이 그때 형성됐다. 부모세대는 산업사회에, 자식세대는 정보화 사회에 형성됐다. 지역주의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기 때문에 농경사회 정서다. 우리(세대)처럼 산업사회에서 자란 사람은 저 사람이랑 나랑 본적이 같다는 것이, 고향이 같다는 것이 찍어줄 이유가 된다고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주의적 사고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 이번(대선)에 계속 호소한 것이 역시 지역주의"라며 "예전에는 이게 영남 단위였는데, 이제는 줄어들어서 TK(대구경북)라는 섬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같은 경우도 지지자들이 굉장히 노년층이다. 예전 영남의 공격적 지역주의에 대해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두고) 방어적 지역주의로 조직화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여기(국민의당)에 모여 있는데 영기도 보면 노년층이다. 이분들이 점점 나이가 많아지면서 지역주의 구도가 무너지고 세대별 구도로 변화하는데, 이 세대별 구도 역시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보수를 보라. 이분들(보수 지지층)은 노령화하고 점점 사회로부터 퇴장하고 있다. 점차 자라나는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자기 개조를 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가 보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전여옥 역시 "이번 대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보수가 중심인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보수가 엄청난 자기 혁신을 하지 않는 한 진보정당이 20년도, 30년도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여러 공약, 정책을 봤을 때 진보정당 또는 진보를 표방하는 좌파정당이 더욱 소구력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저는 보수정당이 아주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하고, 죽었다 살아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