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기 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은 현행 법률과 판례에 따라서 민주화운동으로 명백히 규정돼 있다"며 "(이 사실은) 우리나라 대법원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5·18은 폭동이나 내란이나 간첩 이런 게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중심적 사건으로 규정돼 있다"고 못박는다.
'오월의 사회과학'을 펴낸 최정운 서울대 교수 역시 "5·18은 새로운 역사를 여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5·18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왜곡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영상의 내레이터는 5·18 당시 신군부의 만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80년 당시 신군부의 언론 통제와 왜곡. 신군부는 광주 상황이 북한 간첩단의 소행이었다고 거짓으로 보도했고, 계엄군의 폭력은 은폐하고 시민들의 폭력적인 모습만 강조했습니다. 다른 도시의 사람들은 광주의 진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신군부에 의해 시외전화가 두절됐고 광주로 들어오는 모든 육로도 완전히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을 지키다가 사망한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너무 모르고 우리 지역에서만 알지 다른 데서는 모르잖나"라고 증언한다.
최정운 서울대 교수는 "발포가 이뤄졌던 (1980년 5월 21일) 그때쯤 해서야 서울에서는 뉴스가 처음 나왔다"며 "뉴스 내용은 시민들이 '폭도', 이렇게 돼 가지고 나왔다"고 부연한다.
5·18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 '봄날'의 지은이로, 5·18 당시 전남대 4학년이었던 임철우 한신대 교수도 "우리 광주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여기서는 이 난리가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설마 모르겠는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한다.
당시 전남매일신문 편집부국장으로서 5·18을 기록했던 소설가 문순태 씨는 "그때 단절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냐면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었다. 보이면 다 쐈으니까"라며 "살아서 나간 사람이나 들어온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 힘들게 산 속으로 들어온 사람들이거나 나간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영상은 내레이션을 통해 5·18이 일어나기 전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설명한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이듬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군부의 중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3선 개헌, 유신헌법, 긴급조치… 폭압성을 더해가던 그의 독재에 시민들은 저항했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정권은 부하 김재규의 총탄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12·12군사쿠데타는 민주화를 열망하던 전국의 대학생들을 1980년 5월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국민의 기대와 욕구를 저버린 신군부의 계엄령 확대로 전남대학교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그 열흘간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
"(5·18 당시 광주에서는) 공권력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총기가 수천 정이 풀렸어요. 그런데 은행, 금은방, 슈퍼마켓, 전당포… 어디 한 군데 털린 데가 없습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말이 안 되는 높은 도덕성이에요."
내레이터는 "2011년, 5·18민주화운동의 기록물들이 한국 현대사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며 "5·18민주화운동에서 나타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민주, 평화의 정신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되고 계승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한다.
5·18 당시 도청 항쟁 생존자인 양인화 씨는 "내가 오늘 저녁에 여기서 죽음으로써 광주시민 아니면 내 형제가,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만 가졌다"고, 당시 여성활동 참여자인 송희성 오월민주여성회장 역시 "'쌀 없어' 그러면 '내 거 같이 먹어', '김치 없어' 그러면 김치 갖다 주고, 대동정신이 살아난 것이다. 정말 나는 그런 세상 한 번 다시 살고 싶다"고 증언한다.
이 영상에 출연한 지식인들은 5·18을 두고 "한국 민주주의를 진짜로 지킨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알지는 못했지만 온몸으로 지킨,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것, 그걸 지키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5·18민주화운동을 일으키고 희생됐던 사람 덕분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영상은 끝으로 "당신은 현재만을 사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입니까?"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는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1863~1952)의 말은 전한다. 그리고 아래의 글로 5·18은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공식 사망자 수를 165명으로 발표했지만, 암매장으로 인한 행방불명을 고려하면 추측되는 사망자 수는 훨씬 많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최초 발포를 명령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