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는 '00만두' 같은 정치인이 있다. 바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수원에서만 국회의원을 내리 다섯 번 했고, 경기도지사까지 당선되면서 사랑을 받았다.
수원에서 사랑받아온 00만두와 남경필.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공통적인 불행은 수원에서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수원에서나 00만두고, 수원에서나 남경필이란 얘기다. 지난 대선 바른정당 경선에서 남 지사의 이런 지역적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얼마전 주말을 맞아 수원의 광교산을 찾은 남 지사. 멀찌감치 수행비서가 그 뒤를 따랐다.
남 지사는 마주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도 건네고, 사진도 찍으면서 산행을 즐겼다. 그러고는 등산객들이 지나가면 비서를 불러 그들이 무슨 말을 하며 내려갔는지 물었다. 사람들의 솔직한 평가를 듣기 위한 일종의 남 지사만의 민심 청취 방식이다.
수행비서는 메모한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있는 그대로 전했다.
"누구냐"는 동료의 물음에 "남경필 '전' 도지사"라고 자신 있게(?) 답해주는 등산객이 있는가 하면, "탈당해서 틀렸다"며 혀를 차는 등산객까지.
촌극이라면 촌극이고, 단편적이라면 단편적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현재 남 지사가 받고 있는 평가 중 일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재선 성공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자유한국당로 다시 돌아가는 게 더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남 지사는 평탄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시밭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남 지사는 그동안 아버지인 남평우 전 의원의 자리를 이어받아 정계에 입문한 뒤, 단 한 번도 '쓴 잔'을 마셔 본 적이 없다. 남 지사의 이런 '불패 신화'는 오히려 그동안 멍에처럼 따라다녔던 '오렌지' 이미지를 벗어버릴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그렇게 '가문의 영광'에 기대어 왔던 그가 이제는 그 '가문의 그늘'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어머니, 그동안은 아버지 뜻을 이어 가문의 영광을 위한 정치를 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저 남경필만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남 지사가 새누리당 탈당하면서 자신의 영원한 후원자였던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
'어머니', '수원'이라는 온실속 화초였던 남 지사가 처음으로 나섰던 대선이라는 항해에서 그는 처음으로 쓰디쓴 고배를 마셔봤다. 그러고는 풍랑을 함께 겪은 참모들에게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동안 정말 어려운 길을 함께 해줘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힘겨운 길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함께 해준다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꾸역꾸역' 안산과 안양 등지로 점포를 확장해 가고 있는 00만두처럼. 내년 재선이 끝이 아닌 전국구 정치인 남경필의 새로운 시작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유라면 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