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 비판 여론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수준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친서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자는 취지의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새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 도발 국면에서 당장 재협상 카드부터 빼들면, 한일 간 공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위안부 합의 문제는 시간을 갖고 해결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일본 특사단이 전달할 내용에는)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하자는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힌 점이 특사단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시지 전달 뿐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 모색 차원의 접촉도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 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이번 방문길에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를 만나 머리를 맞댈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이 들고가는 문 대통령의 친서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나누자', '빠른 시일 안에 만나자'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 속 우선 한일 협력 관계 구축에 무게를 싣고, 과거사 문제는 보다 긴 호흡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우리가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 함께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그와 별개로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국 정상이 이른 시일 내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상호 방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조기 추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이번 특사단 파견을 계기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 될지 주목된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문 대통령과의 개별 회담을 바라고 있다.
한편 조만간 일본을 비롯한 주요 4개국과 유럽에 파견될 특사들은 북핵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 특사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통화에서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평화적으로 어떻게 해법을 찾아낼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16일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고 특사 메시지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대외 메시지는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에서 외교를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가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