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이후 판사들이 나선 최대규모의 움직임이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회의를 열고 재적인원 91명 가운데 53명이 참석해 이같이 의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참여하는 전체판사회의의 개최를 요구하는 동시에 의혹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법원행정처가 회의 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의혹의 중심이 된 법원행정처의 컴퓨터 등을 포함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컴퓨터에는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관리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조사결과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또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책임자 규명과 책임추궁 방안, 향후 사법행정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명확한 입장표명도 주문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저지했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 3천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시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설문조사'에 대한 학술행사를 축소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법원 진상조사위가 의혹을 조사한 결과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