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가 없던 중국 국적 한모(53)씨.
한씨는 부모님의 약을 사기 위해 집에서 200m 떨어진 약국을 가려 차를 몰았다가 범죄의 표적이 됐다.
한국에서 면허를 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잠시, 아직 운전해서는 안 되는 무면허 상태였지만 한씨는 면허시험장 근처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이를 노린 자해공갈단의 고의 교통사고 계략에 걸려들어 450만 원을 뜯겼다.
음주운전 등 각종 이유로 면허가 취소돼 도로교통공단을 찾거나 집 근처에서 차를 몰던 전국 무면허 운전자들을 노려 사고를 내고 돈을 뜯어낸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면허취소를 당한 일부 운전자가 면허 재취득 과정의 하나인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을 찾을 때 종종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과 시골에서 면허증 없이 차를 운전한다는 점을 노렸다.
충남지방경찰청은 면허 시험장이나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을 방문하는 무면허 운전자들을 노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돈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로 이모(58)씨 등 19명을 구속하고 박모(59)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약 4년 동안 충청, 경상, 강원, 경기 등 전국 각지의 도로교통공단 교육장 인근에서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고 온 교육생들을 상대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거나 피해자 집 근처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수법으로 총 278명에게 16억 3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피해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뒤따라가 고의로 차량에 몸을 부딪쳐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가로채 왔다.
일당은 충청도 14명, 경기도 4명, 경상도 14명 등 3개 조직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범행에 앞서서는 도로교통공단의 특별교통안전교육 일정을 미리 확인해 운전대를 잡고 교육장을 찾은 피해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특히 이들은 주로 노인이나 무면허 운전 처벌을 두려워하는 생계형 화물차 운전자 등을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들은 고의 교통사고라는 점을 알면서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합의금을 줬고 평생 밭일을 해서 모은 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 2급 청각장애로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지만 800만 원을 빼앗기거나 피해당한 것이 억울해 우울증을 앓다 지병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추가 피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