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위기를 높이는 불필요한 도발을 자제하라는 대북 강경 메시지를 천명하고, 동시에 미·중·일·러 주변 강대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특사를 파견하기로 하는 등 차분하게 대처했다.
◇ 준비된 '안보 대통령' 면모 과시
문재인 정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돌발 변수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발빠르게 소집해 관련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긴급 통화로 한미 동맹 전력이 건재함을 북한에 알렸다.
지난 정권을 거치며 안보 관련 돌발상황과 국가재난 사태에 대한 초동대처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신설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초반 활약도 돋보였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통령 첫 보고는 41분만에 이뤄졌고, 이로부터 52분 뒤에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홍용표 통일장관, 이병호 국정원장 등이 청와대 상황실에 집합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외교안보 장관들이 문 대통령 지시로 일사분란하게 모여 북한의 추가 동향을 감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NSC가 끝나자 마자 북 미사일 발사부터 대응체계 가동까지 시간대별 일련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혹시나 모를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권 인수기에 안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국민의 알 권리"라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전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이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던 시점부터 NSC 긴급회의를 열어 기민하게 대응하고 비서실장을 통해 분 단위로 경과를 국민에 보고했다. 지금과 같은 태도로 외교안보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해달라"고 환영 논평을 낼 정도였다.
북한 도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 체계는 일단 순조로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제 사회와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화 조치를 고려 중이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다소 고민이 깊어졌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초반 대북 기조에 북한 미사일 발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이번 도발을 대북 압박의 추가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강조했던 남북 대화 필요성을 다시 꺼내들기에도 부담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남북과 북미 대화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를 원천적으로 경색시키는 기제로 활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이 지난 해부터 꾸준히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는 점, 그리고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정권 교체기에도 크고 작은 도발을 한 전례에 비춰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를 파탄낼 목적으로 미사일을 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을 13일을 앞두고 3차 핵실험을 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상대적으로 '저강도' 무력 시위라는 점도 북한의 무조건적 '어깃장'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성급하다는 기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반영하 듯 이르면 오는 17일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유럽연합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북한 도발과 별도로 이번 정권 내에 남북관계를 참여정부 시절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르면 15일 미·중·일·러 대통령 특사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데,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이해찬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송영길 의원 등이 특사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미사일 발사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향후 남북대화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유연화 조치까지 원천 차단하고 대결기조로 돌입하는 시나리오에 일정 정도 거리를 두자는 포석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