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집권초 국세청장 인선을 보면, 국세청 내부승진 기용 사례가 가장 많지만 2000년대 들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영입기용된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집권후 첫 국세청장에 이용섭 청장을 발탁했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중 두번째 국세청장에 측근인 백용호 교수를 임명한 바 있다.
국민의 정부 첫 국세청장인 이건춘씨 이후 지금까지 11명의 국세청장 가운데 내부승진은 9명(81.8%)으로 숫적으로 외부 영입케이스 2명을 압도하고 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14일 "현직 청장의 재임기간이 2년 8개월로 역대 청장 중에서도 긴 편에 속한다는 점,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집권초 당위론을 내세워 청장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교체의 경우 확률적으로는 내부승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1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인데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공약이기도 했던 '적폐청산'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 지방청 A 국세공무원은 "지역균형과 행시-비행시간 균형이 이뤄져야 조직내부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발전의 여지가 커지는데 지금까지는 너무 편중돼 있어서 거기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면서 "특히 지난 10년동안 TK에 편중된 인사가 이뤄지면서 지역간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청 내부에 인사적폐라고 할 만한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조직안정을 바라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국세청의 유례없는 세수증가율만 봐도 국세청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반증"이라며 "내부 출신이 임명되면 조직동요없이 세정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도 유지될 것이다"는 말이 오간다.
불경기 여파로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 세수증가율은 -1.0%, 둘째 해 2.9%로 역대 가장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임환수 청장 재임기간인 2015년 6.4%, 2016년 12.1%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왔다. 지난해 세수액은 233조원으로 25.1조원이 순증했다.
항간에는 부족한 재원마련을 위해 국세청이 지나치게 쥐어짜기식으로 세금걷기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쥐어짜기로 비판받는 이른바 '세무조사 세수기여율'은 전체의 5%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조직관리 세원관리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임 청장 유임설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청장 교체 가능성에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내부승진의 경우 경남 진주 출신이자 7급 출신인 김봉래 차장, 심달훈(행시 31회) 중부청장, 한승희(33회) 서울청장 등의 승진 또는 경희대 출신의 서대원(34회) 법인세국장, 이은항(35회) 국세교육원장, 전남 영암 출신의 김희철(36회) 광주청장 등의 발탁이 거론된다. 비 행시 가운데는 김한년(세무대 1기) 서울청 조사1국장과 윤상수(7급 공채) 대구청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자리 81만개를 만들어내는데만 수조원이 소요되는데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각종 정책공약 이행에 178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재원마련은 새정부에게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증세'와 '세수확충' 두 가지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새정부 국세청장 인선의 최우선 기준은 능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대담집에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쓰느냐"는 질문을 받고 '겸손함'과 '능력'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