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만인 14일 새벽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새 정부의 대북 기조에도 크든작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에선 "다자 외교를 주도해 나가면서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남북 관계를 평화와 경제 협력·공동번영의 관계로 대전환해 낼 그런 복안이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정은이 대화 상대냐'는 보수 진영의 공세에도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통일이라든지 또는 남북 경제협력이라든지 많은 면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통치자라는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의 고립을 초래할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북핵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결국 북한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북한이 취임 나흘만에 도발에 나서면서 '북한이 선을 넘지 않으면 언제든 대화의 길은 열려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도 당분간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가 남북과 북미 대화를 앞두고 협상력 높이기용 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정책이 확고한 만큼 본격적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까지 마냥 압박과 대화 병행을 주장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하나만 갖고 남북관계에 추가적인 심각한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협상력 높이기용 카드와 별개로 북한이 지난 해부터 꾸준히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정해놓은 미사일 발사 시간표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13일을 앞두고 3차 핵실험을 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양국을 상대로 한 '저강도' 무력시위 개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 2008년 3월 28일에 서해 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2003년 2월 24일는 동해 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 배경을 살피는 동시에 이번 도발이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적인 대화 국면 차단이 노림수인지, 아니면 남북대화를 앞둔 신경전 성격인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도미사일 발사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향후 대화 국면까지 원천 차단하고 대결기조로 돌입할 가능성에도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과 문 대통령의 추가 대북 메시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