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터 증권사 직원까지…전문직 노리는 보이스피싱

경제난 틈타 목돈 필요한 30대 상대로 '대출해주겠다'며 돈 뜯어내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문직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대거 발생하는 등 범죄수법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초년생들과 노년층이 보이스피싱의 주된 범행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전세금 등 목돈이 필요한 30~40대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빙자형'사기로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 전문가 탈 쓴 보이스피싱…'의사‧기자는 물론 증권사원까지 당해'

"사건에 연루됐습니다. 수사대상이니 지금부터 다른 전화를 받으면 안됩니다"

서울의 한 언론사 기자인 A 씨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남성은 다짜고짜 "계좌도용에 A 씨가 연루됐다"며 "지금부터 수사대상이며 전화로 약식조사를 진행하니 다른 통화는 모두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현재 A 씨의 범죄가담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피해자임을 입증하려면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계좌에 보내보라"고 지시했다.

A 씨는 기자생활을 하며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기사를 수 없이 접했지만 능숙한 말솜씨와 검사를 사칭한 남성의 엄포에 겁을 먹고 곧바로 계좌로 600만 원을 송금했다.

의사인 B 씨도 지난 2월 초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B 씨 역시 검사를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당신의 통장이 물품사기에 이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피해가 예상되니 예금을 모두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면 조치한 뒤 돌려주겠다"했고 이를 믿은 B 씨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한 남성을 만나 1500만 원을 건넸다.


변호사, 금융권 종사자 등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을 것 같은 법률·금융전문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자료사진)
증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C 씨는 지난해 6월 시중대형은행 직원을 사칭한 여성으로부터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빚 때문에 생활이 넉넉지 못했던 C 씨는 '돈을 보내 거래내역을 발생시키면 신용등급이 올라 대출한도를 늘려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5500만 원을 송금했다.

비슷한 방식의 피해신고가 접수되면서 현재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해당 남성들을 쫓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있다.

경찰관계자는 "과거엔 사회초년생과 노인이 주로 보이스피싱에 당했지만 최근엔 2·30대 전문직의 피해가 늘었다"며 "범죄대상에는 어떤 직업도 예외는 없다"고 설명했다.

◇ '기관사칭에서 대출빙자로'… 목돈 필요한 젊은층 노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지난해 발생한 전체 보이스피싱 중 30.2%를 차지했다. 최근엔 목돈‧대출 등을 필요로 하는 젊은층을 노린 '대출빙자형'이 2015년 42.7%에서 지난해 69.8%로 급증해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증권사원인 C 씨는 평소 사내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철저히 받았지만 최근 저금리 대출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두 손을 들었다.

특히 평소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자신에게 보이스피싱범이 '신용등급이 오르면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하자 C 씨는 그동안 모아둔 목돈 모두를 보이스피싱범에게 송금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 들어 젊은층의 생계 부담이 커지자 2‧30대를 노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이스피싱범죄조직이 중장년층과 달리 담보가 적어 대형은행의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삼고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30대는 범죄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적어 사기에 대한 의심이 적다"며 "젊은층이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목돈마저 보이스피싱으로 잃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권위와 정보를 갖춘 것처럼 포장한 사기범이 접근하면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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