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서 사귐으로] 한글 번역본 출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교세계연맹(LWF)과 교황청이 공동으로 작성한 문서 ‘갈등에서 사귐으로(From Conflict to Communion)’가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문서는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 사건을 되짚고 재해석하면서, 그리스도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일치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가 번역 출간한 <갈등에서 사귐으로>는 세계루터교연맹과 로마교황청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펴낸 문서다.


지난 1960년대부터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를 이어온 루터교와 교황청은 1999년 종교개혁의 발단이 된 '칭의/의화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교회일치운동의 진전을 이뤘었다.

지난 해에는 스웨덴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두 교회의 수장인 루터교 무닙 유난 의장과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동의 길 선언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교회일치의 노력 속에서 두 교회가 2013년 펴낸 <갈등에서 사귐으로>는 교회일치를 위한 양 교회의 오랜 대화와 노력의 집약체로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신구교가 어떻게 기념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다.

크게 서론과 6개의 장으로 구성된 문서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역사적으로 개괄하고 루터신학을 재해석하기 위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4장에서는 칭의/의화, 성만찬/성례, 교역/직무, 성경과 전통 등 루터신학의 주요 논제를 제시하면서 루터교와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두 교회의 대화를 보여준다. 6장에서는 교회일치를 위한 협력과 지향점도 당부하고 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오늘(11일) <갈등에서 사귐으로> 한글번역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서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했다.

박태식 신부(성공회.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 직제협의회 신학위원장)는 "지난 500년 동안 개신교와 가톨릭은 상대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 찾았지만 지금은 상호단절을 거부하고 종교개혁을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고 문서가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이 문서가 500년의 갈등을 넘어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면서 갈등과 편견으로 서로 다른 종교인양 바라보는 한국 신-구교 사이에도 상호 이해와 대화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송용민 신부(한국천주교.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 직제협의회 신학위원장) "과거 치열하게 서로를 비판했던 모습이 오늘날의 신학적 관점에서는 틀린 것이 아닌 서로 다른 해석으로 이해되고 있다"면서 "다양성 속의 일치, 다름이 있는 합의로 교회간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글 번역본은 장신대 이형기 명예교수가 1차 번역하고 20여명의 신구교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번역과 감수에 참여했다. 또 개신교와 천주교 용어를 함께 표기하고 인용 성구의 표기는 신구교가 공동 번역해 1977년 펴낸 ‘공동번역성경’을 사용했다.

송 신부는 “공동번역성경 이후 처음으로 신구교 신학자들이 함께 공동 번역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문서번역작업 자체가 한국 교회 일치운동의 하나였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한편 신앙과직제협은 종교개혁을 바라보는 개신교, 천주교 신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모아 올해 말 신구 공동논문집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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