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첫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발표된 데 이어 둘째날인 11일에는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홍보수석이 임명됐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으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남기 미래부 1차관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각 부처의 정책과 의견을 조율, 통할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국무조정실을 통해 부처 차관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이끌어 가겠다는 포석이다.
새 정부의 인사가 이제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도 아직은 호의적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비영남 출신을 총리로 기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관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 등이 호평을 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리지 못하는데 따른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선거전을 치른 뒤 당선되자마자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출범하는 정부여서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선거운동때 홍보했던 '준비된 대통령'이란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주도면밀하게 국정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인수위가 없음에도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경험이 큰 몫을 한다는 평가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당 대표 등을 거치면서 자신과 호흡을 맞출 사람들을 미리 선별해 놓았고, 어떤 인사를 기용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인사 원칙도 서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문턱에 걸려 줄줄이 낙마하면서 출범 초부터 정권의 큰 부담이 됐던 실패 사례가 반면교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세론과 함께 정권 교체를 확신하고 미리부터 인사팀이 은밀히 가동됐을 가능성도 있다.
선거전 때 네거티브 차원에서 제기됐던 '패권 정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지금처럼 '비문(非文) 인사'도 적극 끌어안는 작업을 계속한다면 지역.연령.이념을 뛰어넘는 대탕평과 통합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출범 후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고 정권과 언론 간에 '허니문' 기간이란 점을 감안하면 평가를 내리기에는 매우 이르다.
특히 정권교체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창업공신'들이 저마다 지분을 요구하며 논공행상을 벌이고 대표적 적폐 중 하나인 '낙하산 인사'가 되살아난다면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