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과 우리 경찰의 상황은 다르지 않느냐"며 이 청장이 사표를 제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 사퇴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앞서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이 청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청장이 과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정부가 바뀌면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맥락을 보면 이 시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임기 8개월을 맞은 이 청장의 경우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 2년 임기제는 문 대통령이 몸 담았던 노무현 정권 시절 경찰조직법이 개정되면서 보장받은 것이기도 하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에서 경찰 수장으로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이 청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는 공공연히 "자리 욕심은 없고, 후배들을 위해 할 일을 다 하겠다"고 말해 오기도 했다. 이 날도 이 청장은 오전 정례회의 뒤 따로 간부들과 티타임을 갖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작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앞서 이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해 말에는 수사구조개혁단을 만들고 당시 경찰대학 교수부장이었던 황운하 경무관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황 단장은 검찰을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공범'으로 지적하는 등 검찰 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꾸준히 이어 왔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고 통치권자의 의지가 강한 지금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검찰 개혁이 논의돼 왔음에도 검사 출신이 포진된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번번이 그 노력들이 좌절돼 왔다"면서 "여론 외에는 경찰이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청장은 문 대통령 임기 초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개혁이 진행되는 데 갑자기 경찰 수장이 바뀌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어색하지 않느냐"며 "이 청장은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막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그런 고민을 할 단계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