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1일 출근길에서부터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오전 9시쯤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이던 방탄 차량에 올라탔는데 채 몇 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 서더니 차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모여 있는 20여 명의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하차에 주민들은 환호했고,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쇄도하는 ‘셀카(셀프 카메라)’ 촬영 요청에도 응하는 등 국민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갔다.
이 같은 열린 태도에 시민들은 "진짜 국민의 대통령", "수고하시라" 등 환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등 파격적인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국회 방문 중에도 야당 대표들과 직접 만나는 등 소통하려는 의지가 드러냈다.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소통의 자세는 참모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재킷을 벗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문 대통령은 옆에 있던 경호원이 상의를 받아들려 하자 "옷 벗는 정도는 제가 할 수 있다"며 만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맞은 편에는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정도 비서관을 앉혔다. 측근이 아닌 기재부 출신의 이 비서관을 임명한 것도 파격이지만, 수석급이 아닌 일반 비서관을 동석시킨 것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오찬 후에도 이어졌다. 이들은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문 대통령 자신이 열린 자세를 취하면서 엄격했던 경호 방식도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이날 참모들과의 청와대 경내 산책도 이미 오전 중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공지됐다. 기존에는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이러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전남지사직 퇴임 기자회견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경호실장이 곤혹스러워할 정도의 모습에 국민 곁에 가까이 가는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고자 마음을 많이 쓰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