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천사' 혹은 '규제 사자'…두 얼굴의 文대통령

유통업계, 사드보복 국면 전환 기대 VS 복합쇼핑몰 등 규제 강화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공식 취임하면서 유통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국면이 전환될 것이란 희망과 함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말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전방위 사드 보복으로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드부지 제공으로 표적이 된 롯데그룹의 피해는 막심하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매장(99개)의 90%가 영업정지와 반(反)한·반롯데 감정으로 문을 닫으며 중국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매달 1000억원의 손실이 쌓여가지만 속수무책이다.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령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롯데 등 면세점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었다. 명동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화장품 등 관련 업계도 울상이다.


(사진=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은 유통업계에 ‘단비’와 같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천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곧바로 축하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11일에는 문 대통령과 40여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직접 양국 관계 회복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서로의 이해를 높여가면서 양국간 소통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제약과 제재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드 및 북핵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했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은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했다.

한중 정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관계 정상화에 나서자 유통업계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고 두 정상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 롯데 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 진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유통업계에 문 대통령은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을 강조하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 방법론이 유통 대기업에게는 상생보다는 규제로 읽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월 2회 의무 휴업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영업 보장을 위해 유통 대기업의 신규 매장 출점을 제한하겠다는 방안도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현실과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규제에 불과하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업계의 매출 증가세는 2011년 9.1%에서 의무 휴업제가 시작된 2012년에는 1.9%로 추락했다. 그러다 복합쇼핑몰과 창고형 할인매장 등의 성장으로 지난해에야 다시 8.9%로 회복됐다.

만약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복합쇼핑몰로 규제를 확대한다면 다시 성장세가 꺾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 규제와 온라인쇼핑의 급성장에 밀려 고전하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이 체험형, 복합형 변신을 통해 겨우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면서 "만약 다시 규제의 철퇴를 맞게 된다면 내수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제는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2010년 4980만원에서 2012년 4502만원, 2013년 4271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아닌 것이다.

세 식구의 가장인 박모(45·남·은평구 수색동) 씨는 "전통시장은 일단 주차가 불편한데다 꼭 사고 싶은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은 선뜻 가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결국 상품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 이용 편의성 제고 등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 관련 상생 또는 규제 법안은 23개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지역적 특성을 살려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도록 접근법 자체를 재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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