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이 11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가벼운 엉덩이 타박상에서 벗어난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다저스의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게다가 12일부터 시작하는 원정 4연전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2위 맞대결이라 류현진이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
현재 콜로라도가 22승13패로 지구 1위에 올라있고 지난 10경기에서 8승을 수확한 다저스가 20승14패를 기록해 콜로라도를 1.5경기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부상자 명단 등재 여파는?
류현진은 지난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선발 등판을 마치고 엉덩이 통증을 호소해 1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등재됐다.
그러나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류현진은 DL 등재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도 하지 않았다. 매우 경미한 부상이라는 의미다.
지난해까지는 15일짜리 DL이 존재했으나 올해부터는 DL 최소 등재 기간이 10일로 줄어들었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이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다. 로스터 가동의 유연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까지 10일짜리 DL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177명. 지난해 같은 기간 149명보다 약 18.8% 늘었다. 요즘 각 팀들은 경미한 부상이라 하더라도 일주일 정도 휴식이 필요한 타자, 선발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를 정도의 부상을 당한 투수 등을 자주 DL에 올린다. 지난해에는 DL에 오른 이후 최소 보름동안 뛸 수 없기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당시 다저스는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의 콜업 등으로 인해 류현진 없이도 선발로테이션 5명 구성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휴식 차원의 DL 등재였기 때문에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만나는 콜로라도, 이번에는 다르다?
콜로라도와는 벌써 세 번째 맞대결이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8일 쿠어스필드 원정경기에서 4⅔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고 4월19일 홈경기에서는 6이닝 7피안타(3홈런)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류현진의 천적으로 떠오른 놀란 아레나도에게 홈런 2방을 얻어맞았다. 그러나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한 뒤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류현진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필라델피아전에서는 5⅓이닝 1실점 호투로 4연패 뒤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변수는 경기 장소다.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 공기 저항이 적기 때문에 장타가 많이 나온다. 반대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의 각도는 상대적으로 날카로움이 떨어질 수 있다.
류현진은 최근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였다. 류현진은 시즌 첫 3경기에서 53.8%의 직구 비율을 기록했다. 이후 2경기에서 직구 구사 비율은 33.0%로 떨어졌다. 커브의 비율은 눈에 띄게 늘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9.0%에 불과했던 커브 비율은 이후 2경기에서 17.6%로 늘어났다.
오른손타자를 상대로는 직구와 체인지업,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는 직구와 슬라이더로 볼배합을 하는 것이 류현진의 주요 레퍼토리다. 직구 구속이 부상 전과 비교해 다소 떨어진 가운데 커브를 적절히 섞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전반적으로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주목할만 하다.
류현진은 시즌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87, 피안타율 0.306, 피장타율 0.645를 기록했다. 변화구 비율을 높인 최근 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59, 피안타율 0.205, 피장타율 0.308을 기록했다.
투구 패턴 변화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반등의 가능성을 보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류현진이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최근 콜로라도에 당한 올시즌 2번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