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40억원 들인 국정 역사 교과서, 쓰레기 신세될 듯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국정 역사 교과서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전국민적 반대 속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
국정 역사 교과서를 정식 교재로 선택한 학교도 전국에서 경북 문명고등학교가 유일한데다 이마저도 소송에 걸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식 교재가 아닌 보조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배포했지만 이마저도 일선 교사들의 반대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역 한 교사는 "국정 교과서를 보조 교재로 쓴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정 교과서를 추진했던 교육부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관계자도 "보조교재로 신청했던 학교 가운데 철회한 곳도 있고 뒤늦게 신청한 곳도 있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도 이달말이면 해체된다. 교육부는 그동안 홈페이지에 게재해왔던 국정 역사 교과서 관련 내용을 지난 9일 이미 삭제했다.
또한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도 손질해 검정 역사 교과서만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2018학년도용 검정 역사교과서다.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이 국정 교과서 편찬기준에 맞춰진데다 집필기간도 예년의 1/2~1/3에 불과해 '제2의 국정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새 검정 역사 교과서를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지 말고 유보한 뒤 새로운 집필기준에 맞춰 제대로 만든 뒤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그러나 "역사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는데 역사 과목만 유보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살려는 드릴게'…교육부 폐지 대신 '기능 대폭 축소'
19대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폐지를 내세웠던 교육부는 새 정부에서도 살아남을 전망이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기능을 축소하겠다는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측 관계자는 "교육부를 교육부답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국정 역사 교과서 파동과 같은 정치논리적 교육정책을 차단하고 교육부는 위원회가 구상한 교육정책을 차질없이 구현하는 집행기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해 교육분권을 더욱 고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교육부과 갖고 있는 정책기획 기능과 학교정책 기능은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기능의 1/4 이상은 없어지는 셈이다.
아울러 교육부장관이 겸하고 있는 사회부총리 자리가 그대로 유지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수시의 단계적 축소' 공약부분이다. 지난 3월 1차 교육 공약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것으로 '대입에서 수시전형을 축소하면 정시 전형(수능)을 늘리겠다는 말이냐'는 논란을 낳았다.
그동안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을 위해 '문제풀이 위주' 정시 전형(수능)을 축소하고 수시 전형을 확대해 왔는데 문 대통령의 당시 공약은 이 흐름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통령측은 "수시 축소를 얘기했던 것은 학생부 교과를 좀 더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즉 수시 전형 '전체' 축소가 아니라 수시 전형 가운데 하나인 '학생부 종합전형'을 축소하겠다는 것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또다른 수시 전형방식인 논술과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고 이를 학생부 교과 전형 몫으로 돌리면 전체 수시 전형 비율은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는게 문재인 대통령측의 얘기이다. 결국 대입에서 정시와 수시전형 비율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고 수시는 학생부 교과 전형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서 제기됐던 정시와 수시 통합 가능성에 대해 문 대통령측은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처럼 정시와 수시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과 관련해서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능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성적 두 가지를 모두 산출해 제공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이 두가지를 다 활용하고 있다.
만약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남보다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수험생들이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절대평가 방식에서는 기준점수를 넘으면 모두 같은 수능 등급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측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몇개 등급으로 나눌지는 아직 논의중"이라며 "하지만 5등급 체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는 9등급제다.
고민은 수능을 절대평가화할 경우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개별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이렇게 되면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일 수 밖에 없다.
또한 2021학년도 수능을 몇 과목으로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문과 이과 구분없이 통합교과를 배운다. 국영수,역사와 함께 공통사회,공통과학을 배우게 되는데, 공통 과목 6 과목만으로 수능을 치를지 아니면 선택과목까지 포함시킬지, 포함시킬 경우 몇 과목을 포함시킬지가 쟁점이다. 문 대통령측은 공통 6과목만 수능에 포함시키는 안을 추진하되 선택과목까지 포함시킬 경우 수능을 이틀에 걸쳐 치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달말부터 2021학년도 수능체제 개편과 관련된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오는 7월 최종안을 공개한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다시 합법화할지도 현안이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임자를 둘 수 없다는 교육부 주장에 맞서 전교조 전임자 32명은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전교조 전임근무를 하고 있다가 해직됐다. 올 신규 전임자 배치를 놓고도 교육부는 전교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측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노조활동을 장려한다. 전교조 문제는 정부와 대화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대법원에 계류중인 점을 감안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청와대와 정부가 섣불리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오는 15일 전국공무원노조와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과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민노총 총파업에 합류하는 등 정부의 빠른 조치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