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새롭게 선출된데 대한 의례적인 의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 지도부가 일관되게 한·중 관계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예측하는 긍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한국과 중·한 관계를 계속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 측과 한·중 관계의 성과를 함께 유지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초 아래 상호 정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며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자’는 것은 최근 한·중 간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직접 사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혀 양국 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인 사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새 정부에게 오는 14~15일 개최되는 일대일로 정상포럼 초청장을 보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있다면 적절한 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이지만 지난 달 비슷한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대답과는 확연히 누그러진 어조다.
전날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발생한 한국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지도부의 거듭되는 애도 표명도 주목을 끌고 있다.
‘중스(中世)’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로 한국 유치원생 10명 등 12명이 숨진 참사가 빚어지자 시 주석은 곧바로 쑨리청(孫立成) 산둥성 부성장 등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깊은 애도의 뜻을 한국 정부측에 전달했다.
리커창 총리 역시 사고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산둥성(省) 정부 차원에서 쑨 부성장이 사고 수습과정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중국 외교부의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급)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에 전화를 걸어 유치원 버스 사고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10일에도 별도의 성명을 내는 한편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는 유관 부서와 지방 정부가 전력을 다해 이번 사건의 후속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유족에 편리를 제공하고 후속 조처를 위한 적절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동반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국 지도부가 직접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사고 수습을 당부하는 전통이 있는데다 4~7세 어린이들이 숨진 비극적 사고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특별한 현상은 아니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그런 전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참사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거듭되는 애도 표명은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를 의식한 정황이 느껴진다며 중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