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비서실장에는 운동권 출신의 50대 젊은 정치인을 임명하고 민정수석에는 소장파 법대 교수가 거론되는 등 핵심 요직의 인사도 파격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왕실장'으로 불린 70대 후반 노회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검찰을 장악하며 권력을 휘두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비교해보면 극과 극의 변화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에 곧바로 여의도로 향했다.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협조를 당부했다.
취임 첫날임에도 대통령 당선을 자축하고 권위를 차리기 보다는 야당 대표들에게 자세를 낮춰 손을 내미는 모습은 선거운동 기간 날이 서있던 정당들에도 호응을 일으켰다.
야당 대표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화려한 행사 없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으로 간단히 취임식을 갈음했다. 취임사에서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섬기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특히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 ▲정치로부터 권력기관의 완전한 독리 등을 약속했다.
취임 행사를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갈 때에도 주민들을 만나 악수하고 직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등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을 유지했다.
대변인을 통해 인사 발표를 대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처럼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인사를 발표하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의 핵심 보직으로 불리는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 임종석 전 의원이 발탁되고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올해 52살의 임 실장은 전대협 회장 출신의 대표적인 386 운동권 정치인이다. 선거 캠프에서부터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특유의 통합과 조정 능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임자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떠올리면 이번 정권의 색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취임 첫날 소탈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로 국민에게 다가간 문 대통령이 남은 내각을 구성하고, 국정운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와중에도 이같은 초심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