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화 돼 있던 지역구도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진보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통해 국민 통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득표율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18대 대선에 비해 일부 후퇴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비문(非文) 표심이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협치(協治)’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홍 후보의 득표 차이는 557만919표다. 득표율 기준으론 17% 포인트다. 이 같은 격차는 1987년 직선제로 개헌된 이후 최다표차 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2007년 17대 대선의 531만7708표 차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여권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를 이겼다.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면 22% 포인트 차이로 이때가 격차가 더 컸다.
진보 진영에겐 험지로 분류되는 영남권 일부에서 승리한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38.71%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31.98%의 홍 후보를 앞섰다. 역시 부산이 고향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6.82%를 받아 문 대통령에게 크게 밀렸다.
부산에서 진보 진영의 승리는 14대 이후 여섯 번의 대선에서 문 후보가 유일하다. 13대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김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을 단행하면서 보수의 텃밭에 편입됐다.
PK의 다른 축인 울산의 성적표도 좋다. 문 대통령은 38.14%를 득표해 27.46%의 홍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독립한 이래 민주당의 첫 승리다. PK에선 경남만 홍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1만760표(0.51% 포인트), 간발의 차이였다.
특히 문 당선인은 '보수의 아성'으로 통하는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에서도 30% 이상의 꾸준한 득표율을 유지하면서 홍 후보와 안 후보를 보기 좋게 눌렀다. 강남구 분구로 강남3구 체제가 갖춰진 이래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들 지역을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험지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석권한 것도 큰 성과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 전체에선 이겼었지만, 이들 3구에선 보수 진영 후보에게 패했었다.
하지만 득표율을 기준으로 보면 18대 48.02%에서 19대 41.08%로 6.94% 포인트 하락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뛰었던 18대에 비해 19대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완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심 후보는 6.17%의 전국 득표율을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일부 가져간 진보 표심이 있다고 가정하면 ‘중도-진보’ 진영 전체의 득표율은 크게 확장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 비해 호남권에서 표가 갈렸지만, 보수 표심이 안 후보와 홍 후보로 분열된 구도가 도움이 됐다.